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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가 연기각성(緣起覺性)에서 한 생명이며 낱낱 생명 그대로가 우주의 생명이라는 믿음, 곧 대승(大乘)을 믿는 마음이 생기게 할 수 있을까?’
간결한 문장 속에 많은 뜻이 담겨있기에 읽어도 모른다하여 ‘깜깜 기신’ 이란 별칭이 붙은 <대승기신론>. 서울 길상사 수련원장 정화 스님이 불교 논서의 백미인 <대승기신론>을 쉬운 우리말로 옮기고 자상하고 상세한 풀이를 더해 두 권의 책으로 펴냈다.
기원 2세기 초(또는 중엽) 마명 스님이 저술한 <대승기신론>은 대승 경전에 설해 있는 모든 사상을 회통(會通)해 체계적인 논리를 세워 대승의 본질을 밝혀놓은 문답식 불교 논문. 그 내용은 예로부터 일심(一心), 이문(二門), 삼대(三大), 사신(四信), 오행(五行)으로 요약해 왔다. 이 논의 가장 중요한 내용인 일심을 진여문(眞如門)과 생멸문(生滅門)으로 나눠 설명하고, 또한 일심이 가진 특성을 체(體) 상(相) 용(用) 삼대의 이론으로 전개해 궁극적으로 대승에의 믿음을 일으키게 하고 나아가 실천적 행을 닦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책에서 정화 스님은 “<대승기신론>에서는 연기(緣起)라는 뜻을 ‘마음’으로 대체하여 쓰고 있기 때문에 연기의 근본 실상이 ‘뭇 생명들의 마음’이 된다. 뭇 생명들의 마음이 법계를 뜻하는 ‘큰 수레’ 곧 ‘대승(大乘)’이라는 것이다”라고 했다. 스님은 또 법계 전체가 중생의 마음이며, 좁쌀보다 작은 욕망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는 그 마음 그대로 법계의 인연인 줄 보고 아는 순간 욕망에 갇힌 마음이 아니라 한계 속에서 한계를 벗어난 ‘큰마음’이 된다고 했다.마음은 모습마다 그 자체로 세간과 출세간의 모든 것을 다 담고 있기에 이것이 <대승기신론>을 관통하는 중심 주제이다.
이러한 기신론의 알쏭달쏭한 가르침을 내면화한 정화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마음 씀씀이 하나하나에 다 들어 있다는 것을 깊이 믿고 스스로의 마음을 잘 살펴 알아차리라”고 당부한다. 마음 살핌을 통해 분별된 나가 사라진 ‘마음 비움’의 자리에 비로소 지혜가 드러나며 한없이 커진 생명들의 인연을 나로 삼는 ‘마음 나눔’인 자비심도 실천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마명 스님 당시 보다 오늘날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믿음이며 실천이 아닐 수 없다.
길상사 일요가족법회에서 불교교리를,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육조단경>을 강의하고 있는 스님은 그동안 <금강경> <반야심경>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생활속의 유식 30송> <법성게> <중론> 등을 쉽게 풀어썼다.
법공양|각권 2만2000원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