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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 문살에는 빛깔도 없는 꽃잎들이 목수의 고백처럼 피어 있고, 법당 안에는 끝맺지 못한 단청의 여백이 전설 속의 시간을 붙들고 있다. 내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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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목침 하나를 잃은 목수는 포(包) 하나가 모자란 법당을 짓고, 법당에 단청을 들이던 작은 새는 미혹한 중생 탓으로 단청을 마치지 못한다. 목수는 법당 문을 꽃으로 해 달고 떠나고, 작은 새는 미완의 법당만을 남긴 채 전설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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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을 지나온 햇살이 석탑에 스며든다. 먼 길 온 스님은 법당 꽃살문에 기대서서 아득한 이야기를 듣고, 엄마 손 끝에 매달려 법당에 든 아이는 엄마를 따라 절을 한다. 종각에서 종소리가 들려온다. 예불 모실 스님은 가사를 두르고, 꽃살문 만져보던 객들은 풍경 소리 한 번에 바람처럼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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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오늘’이었던 하루는 전설이 됐고, 미완의 법당은 오늘도 중생을 맞는다. 꽃살문 연꽃 위로 나비 한 마리가 날아가고, 법당 처마 밑에서는 제비가 집을 짓는다. 글ㆍ사진=박재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