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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에 편입돼 40여 년간 이중 삼중의 법적 규제와 재산권 침해로 불편부당함을 감수해야 했던 조계종이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었다. 또 전국 사찰에는 사찰경내지의 자연공원해제 등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스님들을 지지하는 조계종 중앙신도회 성명도 이어지면서, 자연공원 정책을 둘러싼 불교계와 정부의 오랜 갈등이 폭발했다.
조계종(총무원장 지관)은 7월 2일 양산 통도사에서 ‘사찰경내지를 자연공원에서 해제하기 위한 조계종전국본말사주지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불국사 신흥사 대흥사 선운사 등 조계종 25개 교구 본ㆍ말사 주지스님과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을 비롯한 종회의원스님 등 1500여 스님들이 참석해 결의문과 대국민호소문 등을 발표했다.
행사명에서 드러나듯 조계종의 요구는 “사찰경내지를 자연공원에서 해제하라”는 것.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불교계와 관련한 중첩규제를 일원화시키겠다고 공약한 것과 맞물리며 MB정권을 압박하고 있다. 40여 년 한결 같은 조계종의 주장이 이번에는 관철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찰경내지 두고 국립공원 명칭부터 잘못돼”
1967년 군사독재정권 당시 건설부는 ‘공원법’을 제정해 천년고찰들을 관광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국립공원에 편입시켰다. 이때부터 해인사 송광사 화엄사 법주사 등 주요 사찰이 공원화, 관광지화 됐고, 사찰의 자주권과 재산권의 침해가 시작됐다. 종교 본연의 수행과 포교의 권리는 억압받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국립공원 제도 시행 초기부터 불교계는 반발해왔다. 1967년 당해에는 물론 1971년,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이었던 청담 스님이 정부에 ‘공원법 시행반대 건의서’를 제출했다. 조계종과 정부가 사찰의 존엄성과 자주성 등을 보장하는데 합의했지만 정부가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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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9월, 합천 해인사에서 사찰경내지의 국립공원 해제를 촉구하는 전국승려대회가 열린 이후, 1999년과 2002년, 2007년 계속해서 범불교도대회와 결의문 발표가 줄이었다.
이날 결의대회도 청담 스님이 자연공원법 전신인 공원법 제정 당시 “공원법 시행은 종교의 존엄성과 사찰의 자주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사찰경내지의 공원 지정을 반대한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조계종이 정부에 항의하는 동안, 사찰은 공원화되고 명산은 유흥지로 변질됐다. 산과 사찰이 함께 망쳐지면서 문화재가 단순히 죽어버린 옛 것으로 폄하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자료(2008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국립공원내 문화재는 국보 38점, 보물 142점 등 749점의 문화재가 있다. 이들 문화재를 비롯해 국립공원 내에만 39개 사찰이, 도립공원 37개 사찰, 군립공원 16개 사찰 등 150여 사찰이 자연공원법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셈이다.
올해는 10년마다 국립공원의 기본계획을 세우고, 공원지역 편입과 해제를 결정하는 해이다.
때문에 조계종은 1월, 환경부 장관에게 일방적인 공원구역 조정계획 중단과 종단의견 수렴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하며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위법망구 각오…종단 역량 총결집 태세
총무부장 원학 스님은 이날 대회사에서 “정부가 방대한 사찰 소유 토지를 40년 동안이나 공원으로 묶어두고 임의로 이용해왔다. 공공이용이라는 미명 아래 사찰의 자주권과 재산권을 억압하는 것은 종교탄압”이라고 주장했다.
1500여 주지스님들은 ▲사찰경내지를 자연공원법에 의한 국립, 도립, 군립공원에서 해제할 것 ▲자연공원법, 도시공원법, 전통사찰보존법 등 불교계에 대한 다중규제의 일원화 ▲(가칭)문화유산법 제정과 문화유산지역 신설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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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사찰 토지 위치와 면적을 표시한 사역도를 각 사찰 입구해 게시하고, 전국 사찰에 결의사항 등을 적은 현수막을 내거는 등 대국민홍보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전국민을 대상으로 서명운동도 전개한다. 시민단체 및 국회의원들과는 환경부의 자연공원법 개악을 위해 연대하는 등 요구조건이 수용될 때까지 종단의 역량을 총결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스님들은 자연공원법 개정 등 이명박 정부의 불교계 공약이 실천되지 않으면 서울 조계사에서 전국승려대회를, 서울시청 앞에서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산문폐쇄도 불사하기로 결의했다.
◇자연공원 정책 변화…문화유산지역지정이 해답
불교계의 반응이 거세지자, 환경부는 결의대회에 앞서 6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계종과 공동으로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계종 기획실장 장적 스님은 7월 2일 “정부와 협의체 구성이나 어떻게 해결하자는 안에는 현재까지 의논도, 합의도 된 바가 없다”고 말해 환경부의 발표가 일방적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이날 법어에서 “사찰이 통일된 법을 엄격히 준수해 자연의 훼손이 없도록 소중히 지킬 것을 굳게 다짐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은 정부와 자연공원법과 관련해 조율이 진행 중임을 짐작케 한다.
사실상 사찰경내지가 자연공원에서 해제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조계종이 최근 공개한 사찰사역도에 따르면, 가야산국립공원 내 해인사 소유 토지는 39%, 문화경관적 이용가치를 따지면 가야산 국립공원의 80%에 달한다.
이는 속리산 법주사나 오대산 월정사, 설악산 신흥사 등 국립공원 내 조계종 사찰들이 모두 비슷한 수준. 면적만으로 따져도 자연공원 중 2억 여 평이 조계종 사찰경내지다. 때문에 사찰경내지가 자연공원에서 제외된다면 국립공원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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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현행 자연공원법을 개정해 사찰경내지를 문화유산지역으로 지정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해법으로 보인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불교계와 관련해 중첩 규제된 법들도 이 기회에 일원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의대회 하루 전인 7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은 민주평통 출범식에서 “남남갈등을 극복해 국민통합을 이뤄야한다”고 말했다.
MB정부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불교계와 종교편향 등 잇단 갈등을 빚어왔다. 이번 7ㆍ2 조계종 본ㆍ말사주지결의대회로 드러난 자연공원법 개정 논란은 이명박 대통령이 그간의 갈등을 화해의 열매로 거둘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불교계와 MB정부가 선연이 될지, 계속된 악연으로 남을지가 40여 년 불교계 숙원을 둘러싼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