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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토 경주 남산에 대규모 산업공단 들어서
인근 주민ㆍ지역 사찰 반대, 경주시 “법적 하자 없다”

마석산 여래장마애입상. 경주 남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지 않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경주 남산에 대규모 산업공단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발단은 최근 국보로 지정된 칠불암 마애석불과 보물 12점, 지정문화재 41점 등 신라불교 문화재 631점이 산재한 남산을 더욱 보호해야 할 경주시가 인근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부터다.

진양개발(대표이사 안재효)이 추진하는 ‘명계2산업단지’ 조성사업은 2010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총사업비 115억, 부지만 149,255㎡에 이른다. 산업단지에는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전자부품, 영상, 음향 등 철강ㆍ기계 산업이 유치된다. 업체 측은 이미 98%까지 토지매입을 마친 상태다.

좌부터 경주 남산 국립공원. 여래장마애입상. 봉명암. 용은사. 공장부지

해당 업체와 지역개발과 산업입지 담당부서는 “현재 건설 중인 국도 7호선과 인접해 있고 경부고속도로가 가깝다. 명계리가 남산 국립공원을 비켜가기 때문에 법적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지역주민을 비롯해 용은사, 봉명암, 불일암 등 지역 사찰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미세먼지가 대기환경기준 100㎍/㎥을 초과하는 135㎍/㎥로 예상됐고, 산업폐수 135 및 생활오수 58도 다량 발생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계단식 공장시설로 인해 사업장 진동 및 토사침전 등 다양한 환경문제도 예상됐다.

북명사 터에서 바라본 경주 남산(좌)과 공장입지(우측 산능선). 산 골짜기는 예부터 탑골로 불렸다.

이와 더불어 인근 마석산 마애장여래입상을 비롯해 북명사지 등 신라유적의 존재도 한 이유가 됐다.

지역 주민 최명호 씨(56)는 “예전부터 ‘탑골’로 불린 이 지역은 일제 시대까지 신라삼층석탑이 있었고, 고분군이 많았다. 국도7호선 공사 때 신라사찰인 북명사 터에서 기왓장 등이 발굴됐는데도 대충 조사 후 그대로 공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북명사 터에서 나온 주춧돌을 이용한 집. 문화재 보존이 부실해 주춧돌 등이 팔렸다.

불국사, 은해사 등 5개 교구본사 등은 사업을 재고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지역 불교계는 150여명의 주민 서명을 받아 탄원서를 제기한 상태다. 경주시가 진행한 3차에 걸친 주민설명회도 이와 같은 반대 속에 무산됐다. 하지만 문제는 산업공단 특성상 주민동의를 거치지 않아도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도 7호선도 국립공원 경계에서 불과 200m거리에 불과하다. 당시에도 불교계와 환경계의 반대가 심했다.

봉명암 주지 법일 스님은 “산120번지 뿐만 아니라 산 118, 119번지도 함께 매입한 것은 향후 더욱 공단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라며 “그 자체로 찬란한 신라문화의 보고인 남산 인근에 산업공단을 육성하고자 하는 경주시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관련 당국의 대책을 촉구했다.
노덕현 기자 | Dhavala@buddhapia.com
2009-07-03 오후 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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