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에게 길을 묻다｜박희승 지음｜은행나무 펴냄|1만5000원

한국 대표 선지식 여덟 분이 선방 지대방에서만 회자되던 수행 살림살이를 공개했다. 조계종 총무원 박희승 기획차장이 펴낸 <선지식에게 길을 묻다>를 통해서다. 이 책은 중앙신도회 부설 불교인재원이 주관하는 간화선입문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저자가 5년 전 월간 <법회와 설법>에 연재한 글을 모은 것.

진제(75) 혜정(76) 고우(72) 우룡(77) 무비(66) 근일(69) 무여(68) 혜국(62) 스님 등 조계종 큰스님들의 깨우친 경지와 수행 방법, 일상생활 등이 진솔하게 정리돼 있다.

책에서 혜정 스님은 “화두를 참구하던 중 벽이 사라지고 몸이 공중에 뜨는 듯한 경계를 체험한 뒤 확실한 발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고우 스님은 불경을 읽다가 “<육조단경> ‘정혜불이품(定慧不二品통)’에서 ‘통류(通流)’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고우 스님은 “불교란 자기를 비우는 것”이라며 “자기를 비우면 지혜와 자비가 드러나 영원한 자유와 행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우룡 스님은 “<능엄경>을 볼 때 아난이 돼야 하고, <금강경>을 볼 때는 수보리가 돼 부처님과 직접 대화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혜국 스님은 “머리에 발우를 올려놓고 참선하다가 아침에 벌떡 일어나는 순간, 발우가 와장창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찰나에 내가 없어져 버리더라”는 체험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