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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지어놓고 들어가 사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자동차 사서 몰고 다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집이 나를 살리고 자동차가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러니 이 육신껍데기, 또는 ‘나’라는 형상을 나로 보지 말고 우선 진짜 주인을 발견하라는 것입니다.”
한마음선원장 대행 스님의 법문은 어렵지 않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불교는 어려운 종교가 아니라 세수하다가 코 만지기만큼 쉬운 종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행 스님이 법회에서 들려준 법어와 불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삶은 고가 아니다>는 1996년 처음 발행된 이후 지금까지 22쇄나 발행해 왔다. 2005년에 개정판이 나왔고 최근 다시 내용을 수정 보완하고 편집을 새롭게 하여 출간됐다. 불자뿐 아니라 불교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세상 사람들은 삶을 고통스러운 것으로 여긴다. 즐겁다는 말 보다는 ‘괴롭다’ ‘힘들다’는 말을 훨씬 많이 하면서 살아간다. 정말 삶은 괴로운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도대체 왜 고통스럽게 살아야 하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불교로 접근하는 가장 기본적인 길이다. 대행 스님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들려준다. 그래서 삶은 고가 아니라 무한한 기쁨이요 희망임을 확신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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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고통은 집착에서 시작된다. 집착은 어디서 오는가? 자신을 알지 못하는데서 온다. 그래서 자기를 아는 것이 행복한 삶의 가장 근원적인 조건이 된다. 불교에서 가장 핵심을 이루는 교리의 키워드로 대개 ‘사성제’ ‘팔정도’ ‘연기법’ ‘삼법인’ ‘육바라밀’ 등이 꼽힌다. 이 교리들, 다시 말해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핵을 이루는 내용들이 갖는 공통점 역시 ‘나’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다. 물론 집착을 버리기 위해서는 ‘나’란 어떤 존재인가를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그 과정이 바로 수행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행이라고 하면 어딘가 특별한 곳에서 뭔가 다른 행동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러 일상을 벗어나 특별한 곳과 색다른 행위를 통한 수행을 하면서 삶의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행은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이곳에서 자기의 참모습을 알고 믿고 지키고 행하는 것이다. 대행 스님의 가르침은 생활현장을 절대로 떠나지 않는다. 삶과 수행이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집을 지어 놓고 길에서 사는 사람은 어리석다. 자동차를 사 놓고 먼 길을 걸어가는 사람도 어리석다. 여기서의 집과 자동차는 육신을 뜻하고 들어가 살고 운전하는 존재는 마음을 의미한다. 자기의 본래 모습 곧 자기의 마음을 알지 못하면 어리석은 삶을 살게 된다는 비유다.
대행 스님은 <삶은 고가 아니다>를 통해 자신의 진짜 모습, 자기의 진짜 뿌리를 찾아가는 길을 안내한다. 다양한 비유와 재미있는 설화들이 동원되고 보통 사람들이 삶의 현장에서 겪는 이야기 속에서 길어 올린 진리의 고갱이들을 적나라하게 제시한다.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는 기쁨을 맛보고 싶은 사람에게 처음도 중간도 끝도 ‘맛있는’ 가르침들이다. 대행 스님의 가르침에서 나는 맛의 정체는 ‘진실함’이다. 대행 스님은 책의 서두에서 그 진실함을 이렇게 드러내고 있다.
“나는 말을 할 때면 언제나 오직 한 가지, 진실만을 말합니다. 아니, 말로써 진실을 이야기 하자는 게 아닙니다. 진실이 내게 말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 말이 진실이 아니라면 이 몸이 가루가 되어도 좋고 죽어 장구벌레가 되어도 좋습니다. 말이 말로써 그치는 게 아니라 그대로 법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한마음선원 펴냄|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