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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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만 남기고 다 쓸어라
보성 스님의 따뜻한 호통 담은 에세이 ‘나에게 가는 길 청소’



보성 스님.

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이 효봉 스님(1880~1966) 시봉할 때 얘기다. 하루는 효봉 스님 신발이 바뀌어 있어서 바로 놓아드렸다. 그런데 또 보면 거꾸로 놓여 있다. 속으로 ‘이 어른이 왼쪽 오른쪽 분간도 못 하나’ 하고 생각하면서 또 바꿔놨다.
그러던 어느날 효봉 스님이 말했다.
“그냥 내가 하는 대로 가만 놔둬라.”
“스님은 오른쪽 왼쪽도 모르세요?”
“내가 그걸 모를 리 있나.”
“그럼 신발을 왜 반대로 놓으세요?”
“다 이유가 있지.”
“무슨 이유요?”
“바로만 신으면 바깥쪽으로만 닳잖아.”
보성 스님은 그제야 이유를 알게 됐다.

세상과 수행자들을 향해 거침없이 호통을 치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놓치지 않는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의 지혜와 가르침이 담긴 법어집 <나에게 가는 길 청소(淸素)>가 에세이 형식으로 출간됐다.

이 책에서 보성 스님은 남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자신의 삶을 맑고 소박하게 가꿔간다면 그것이 참다운 나에게 가는 길이라며 이렇게 당부한다.

“간절히 남을 따라 찾지 말라. 점점 나하고 멀어간다. 지금 내가 스스로 가니, 가는 곳마다 만나는구나.”

여기서 ‘나에게 가는 길’은 바로 깨달음을 향한 길이다. 그러나 스님에게 있어 ‘깨달음’이란 어려운 화두가 아니다. 일상의 언어로 말할 수 있고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이다.

청소/보성 스님 지음/Y브릭로드 펴냄/1만원

“부처님처럼 사는 것이 깨달음입니다. 부처님과 똑같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면 부처입니다. 스스로 중생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 ‘나’는 사라지게 하고 ‘부처님’만 남게 하는 것, 부처님과 하나 되는 것, 그것이 깨달음입니다.”

이 책에는 각종 법어와 스승과 제자, 학문과 가르침에 대한 마음가짐, 효봉 스님 손상좌 시절의 일화, 달라이 라마와의 인연, 한국불교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 절집에 사는 의미 등 오늘을 열심히 살 것을 강조하는 간명하면서도 자상한 가르침이 가득하다. 수행이든 울력이든 공양이든 늘 솔선수범하며 청정하게 생활해 온 스님의 삶 자체가 법문임을 유머 가득한 글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맑고 소박하게 사는 삶 즉, ‘청소(淸素)’가 ‘참나에게 가는 길’임을 스님은 언행일치의 삶을 통해 웅변하고 있다.

Y브릭로드 펴냄/1만원
김성우 기자 | buddhapia5@hanmail.net
2009-06-26 오후 8: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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