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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존엄사, 관심조차 없는 불교계
[죽비와 목탁] 취재부 노덕현 기자



노덕현 기자
국내 처음으로 6월 23일 연명치료 중단 방식의 존엄사가 공식 시행된 김 모(77) 할머니가 인공호흡기를 뗀 뒤에도 호흡을 유지하면서 존엄사 가이드라인 마련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의료계와 법조계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반해 종교계, 특히 불교계는 이에 대한 논의조차 없어 아쉬움을 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주축으로 한 의료계는 8월 말까지 초안을 마련해 종교계, 시민각계, 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고, 국회도 이에 맞춰 기존 2건의 존엄사 법안 외에 3건의 존엄사 법안을 추가 발의할 예정이다.

현재 조계종은 종단 공식입장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2004~2006년 불교생명윤리관에 관해 연구를 진행한 불교생명윤리연구위원회(위원장 미산) 연구결과가 존엄사에 대한 견해를 담고 있다는 입장이다.

당시 불교생명윤리연구위는 안락사의 경우 ‘자살을 도와주는 살인’으로 정의한 반면, 존엄사는 “행위 판단의 주체가 자신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 (치료불가능한 경우) 살아있을 때 자신의 의지를 표현해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자연사로서의 존엄사는 안락사의 대안으로 인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뇌사나 의식 불명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의식이 있을 때 환자의 의사표명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존엄사는 대승적 차원에서 고려할 수도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위원회는 생전에 유언장 등을 통해 의사표명하는 문화를 정착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문제는 당시 연구상황보다 현재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는데 있다.

존엄사를 단순한 연명치료 중단으로 봐야 할지, 인간 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포괄적 과정으로 봐야할지, 또한 자연사 기준과 더불어 이에 따라 연명치료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집행과정에서 통증을 완화시키는 약물사용, 호스피스, 종교의식 등에 대한 구체적 적용기준도 마련되야 한다.

불교는 타 종교와 다르게 대중 합의에 의한 원융 살림을 꾸리는 것이 미덕으로 자리했다. 사회 현안에 불교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단칼에 정리하려는 성급함을 버리고 철저히 대중공의에 따라야 한다.

불교계 안에서 활발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 바람직한 방향을 찾고, 이를 토대로 존엄사에 관한 사회적 담론에 당당히 참여하는 불교계의 모습이 필요한 때다.
노덕현 기자 | Dhavala@buddhapia.com
2009-06-26 오후 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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