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 생활 > 복지
‘독거노인 100만 시대’ 어르신들의 자원봉사 이어져
외로움과 가난의 현실로 개종 선택… 불교계의 체계적인 복지포교 필요



서대문구 수효사 효림원의 어르신 봉사자가 독거어르신에게 밑반찬배달 봉사를 하는 모습. 효림원은 20여 년 동안 독거어르신들과 사회로부터 소외된 분들을 위해 자비행을 베풀어오고 있다

6월 16일 화요일 오전 9시, 어르신들이 한 사찰 복지센터에 모여 밑반찬꾸러미들을 챙기더니 하나 둘 씩 어디론가 사라진다. 아직 재개발 되지 않은 달동네 지역이어서인지 골목길이 걷기에는 가파르지만 밑반찬 배달 봉사를 3년째 해온 임경호 어르신(80ㆍ북아현동)에게는 식은 죽 먹기다. 임 어르신은 “봉사활동을 하다가 보니 생각한 것 보다 참담한 곳도 많았고 사회적 손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작은 정성임에도 불구하고 홀로 계시는 분들이 매주 우리를 기다리고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있는 일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함께 배달봉사 하는 이재삼 어르신(67ㆍ북아현동)은 “개인적으로 운동도 하고 월 20만원씩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기 때문에 용돈 벌이도 되고 보람도 있다”고 흐뭇해했다.

이들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수효사 효림원(원장 무구)에 소속된 봉사자들. 60세 이상인 65명의 어르신들은 매주 화, 금요일 108가구의 독거노인에게 밑반찬배달 및 반찬조리봉사 활동을 해왔다. 이 밖에도 어르신잔치, 독거어르신 가정방문 안부 묻기 등 독거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독거노인 수는 98만 명, 전체 노인인구의 18.8%를 차지한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10년 독거노인수는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통계로 미뤄볼 때 사회적보호가 필요한 어르신만 17만 명에 달해 노인문제가 사회문제화 될 것은 자명하다.

이렇게 독거노인 수가 100만 명에 육박하는 시대에 어르신들의 자원봉사 활동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효림원이 펼치는 밑반찬배달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밑반찬배달 서비스를 받는 김영주(75ㆍ여) 어르신은 “반찬이 참 맛있다. 시장에 안 가도 되고 경제적으로도 도움 되고 좋다”고 말했다. 한은생(82ㆍ여) 어르신은 “다리가 불편해 밖에 나가지를 못하는데 반찬도 주고 도와줘서 너무 좋고 봉사자들이 수고가 많다”며 고마워했다.


효림원 황경자 주임은 “자원봉사자 대부분이 정년퇴직을 하고 일거리가 없는 분들인데 배달봉사활동으로 월 20만원을 벌 수 있어 용돈도 되고 다들 좋아한다”며 “어르신들이 각자의 역할이 있으니까 만족감도 크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전재희)는 2008년도 노인일자리 사업의 사회ㆍ경제적 효과분석에 대해 “노인일자리 사업은 참여 노인의 소득 보충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일자리사업이 어르신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고 있지만 불만사항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효림원의 봉사자 어르신은 “노인일자리를 등록하면 1년 동안 복지부에 등록되는데 7개월만 월 20만원을 받을 수 있고 5개월은 자원봉사를 해야한다”며 “용돈벌이보다 생계를 위해 일 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이 아쉽기 때문에 급여 지급기간을 더 늘렸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불교계에서 독거노인에 대한 포교활동을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독거노인 7500여 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서대문구 지역은 개신교가 타 지역보다 오래전에 뿌리내린 곳이기도 하다. 이곳 일대가 대부분의 개신교 복지계가 장악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대문구 지역에서 유일하게 불교계 복지시설인 효림원이 주2회 배달봉사를 한다면 개신교 복지단체들은 주5회를 하는 식이다.
효림원 관계자는 “목사님과 신도들이 조직을 만들어 직접 독거노인 집을 방문하기 때문에 이 지역 어르신들의 대부분은 개신교 신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많은 노인들이 가족과 사회의 무관심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교계의 관심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효림원 관계자는 “노령인구 중 상당수가 불교를 종교로 여기고 있지만 사찰에서 독거노인을 위한 신행프로그램은 찾아보기가 어려워 자연스레 조직적으로 왕성하게 선교활동하는 이웃종교로 개종하게 된다”며 “사찰에서 외형적인 불사나 행사보다는 외롭고 힘든 독거노인들에게 직접 찾아가 모셔오는 등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르신들이 외로움과 가난이라는 현실로 개종을 선택하게 만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스님과 신도가 자리이타(自利利他)를 적극 실천할 수 있는 체계적인 복지포교가 필요할 때다.
이나은 기자 | bohyung@buddhapia.com
2009-06-26 오후 5:51: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