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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된 후덥지근한 초여름의 오후, 부산 용호종합사회복지관(관장 이춘성) 지하 조리실에서 맛있는 냄새가 진동한다. 오늘의 메뉴는 시원한 북어국과 북어고추장구이. 한국으로 시집을 온 외국인 초보주부들이 생전 처음 본 북어와의 고군분투가 시작됐다.
용호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6월 2일부터 총 15회 과정으로 결혼이민여성의 요리를 통한 한국 적응력 향상 프로젝트 ‘한국밥상완전정복기’를 마련했다. 올해로 2기를 맞은 요리교실은 남구여성단체협의회의 지원 덕분에 참가자들은 수강료와 재료비의 부담 없이 총 15회의 강좌 모두 무료로 수강하고 있다.
고국 베트남에서 일급요리사였던 막티흰(29, 베트남)은 작년 1기에 이어 올해도 참가했다. 요리 못지않게 한국어 실력 또한 수준급이라 언어소통이 관건인 수업 때마다 동기들의 통역을 도맡았다. “베트남에서는 마늘을 쓰면 파는 생략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마늘과 파를 무척 좋아하고 즐겨 넣는 점이 신기했어요.”
이렇듯 우리 요리에 쓰이는 마늘, 고추, 파, 국간장, 참기름 등의 식재료 이름부터 영양소, 사용방법, 각 요리에 알맞은 냄비와 담는 그릇의 쓰임새 등 한국밥상의 모든 것을 배우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입맛과 식문화, 낯선 이국에서 한국인과 가족이 되어 살아가는 방법을 음식을 통해 알려준다.
시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한국 요리를 배울 길이 막막했던 주정화(35, 중국) 씨에게 가장 유용했던 수업은 일품요리도, 보양식도 아닌 오이무침이었다. “중국과 한국의 요리는 비슷한 듯 보이지만 밑반찬은 전혀 생소해 어려움이 많았어요. 오늘 배운 북어국도 예전에 만들었을 땐 남편이 잘 먹지 않았는데 이젠 자신 있어요.”
1기에 이어 2기의 수업을 진행하는 김영희 선생님은 요리경력 16년의 베테랑이지만 이번 만큼은 가장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우리말도 서툰데, 파 마늘이 뭔지 이 냄비는 어디에 쓰는지, 소금을 얼마나 넣어야 간이 잘된 건지 기초부터 가르치고 싶어서, 시간은 2~3배 더 걸리더라도 꼼꼼하게 지도한다”고 말했다.
3시간여 수업이 끝날 무렵, 저마다 완성한 북어국과 북어구이를 함께 나눠먹는가 하면, 예쁜 도시락에 담아 집으로 가져갔다. 이들 결혼 이민여성들은 요리를 통해 한국의 식문화를 이해하고, 한국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문의 (051) 628-67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