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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스님들, 가야산순환도로 반대 숲길 행선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내린 6월 20일, 하안거 결제기간임에도 덕숭총림 수덕사 스님들은 잠시 용맹정진을 멈추고 ‘백제 미소의길 걷기’ 행사에 동참했다.

충청남도청이 추진하고 있는 가야산순환도로 건설을 막고 청정자연과 성보문화재의 보고인 가야산 숲길을 지키기 위해서다.
3회째를 맞은 ‘백제 미소의길 걷기’는 가야사 터에서 서산마애삼존불 인근과 보원사 터까지 4Km에 이르는 가야산 등반길을 고요히 명상하며 걷는 포행으로 진행됐다.


삼국시대에는 배가 내륙 깊숙이 들어올 수 있는 내포(內浦)지역으로 고대문물이 유입됐던 가야산 일대. 1000명의 스님을 수용했던 보원사를 비롯해 서산마애삼존불, 태안마애삼존불 등 수많은 유적과 100여 폐사지(廢寺址) 등 백제불교의 옛 영광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그 길을 200여 스님은 줄이어 걸었다. 구도 정진의 연장선인 우중 행선(行禪)에는 밤꽃 향기가 가득했다.


이날 걷기 대회에 앞선 오전 9시 가야사 터에서 열린 조촐한 행사에는 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과 선덕 지하 스님(전 종회의장), 수덕사 주지 옹산 스님 등 산중 스님들과 최승우 예산 군수 등 불자들이 동참했다.

출발에 앞서 설정 스님은 “환경파괴와 자연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가야산을 지키는 것은 이곳 우리들의 의무이자 커다란 행복”이라며 “후손에게 아름다운 자연의 맑은 공기를 전해주자”고 말했다.


옹산 스님도 “오늘 이 행사는 이 길을 그냥 걸어 다닐 수 있는 사색의 길, 건강의 길, 명상의 길로 하자는 것이다. 충남도청은 포장도로를 추진하지 말고 마사토 등을 이용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생태 길로 조성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최승우 예산군수는 “내포 가야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우리는 환경을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 황토길을 만들어 맨발로도 걸을 수 있도록 해 가장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보존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순환도로 건설을 준비하는 부원건설 차량이 지나다녀서일까. 오솔길이었던 산길은 차량 바퀴자국이 남아있는 비포장길로 변해있었다. 스님들은 가운데 핀 들꽃과 풀을 밟지 않기 위해 양쪽으로 나눠 걸었다.

우의를 입고 오르는 산은 스님들에게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스님들은 “밤꽃향 참좋다”며 자연을 만끽했다. 가야산지키기시민연대는 이런 스님들을 위해 시원한 수박을 준비했다.

덕숭총림 선원이 있는 정혜사에서 온 한 수좌 스님은 “정부 각 기관은 개발계획이 거의 확정된 이후에야 일반에 공개한다. 가야산 순환도로를 비롯해 많은 개발사업에 이권 단체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님은 “개발의 단맛은 단시간에 머물지만, 환경 및 문화재 파괴의 영향은 후세까지 영원히 미칠 것”이라며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3시간 가량 산길을 걸어 일행은 보원사 터에 이르렀다.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인 보원사 터 입구에서 당간지주는 늘씬한 자태로 옛 위용을 알렸다. 보원사 터를 참배하며 스님들은 환경 수호의 의지를 다시 다졌다.

내년에는 스님과 시민들이 맨발로 가야산의 자연과 하나되어 걷는 행선의 장관이 펼쳐 질 수 있을까.
글=노덕현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Dhavala@buddhapia.com
2009-06-25 오후 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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