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한국 시서화의 맥을 잇고 1956년 ‘동방연서회(東方硏書會)’를 창립하며 근현대 한국 서단을 이끈 영운 김용진(1878~1968), 일중 김충현(1921~2006), 여초 김응현(1927~2007) 선생 3인의 작품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서 전시된다.
동방대학원대학교(총장 정상옥)는 6월 25일 오후 5시부터 7월 1일까지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동방 창설 삼선생 추모전’을 개최한다.
한국 서단의 거목들이자 동방대학원대학교 창립에 기여한 3인의 서예인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전시회에는 안동 김씨 후손과 동방연서회 후학들이 소장하고 있던 희귀 작품 105점이 선보인다. 영운 서생의 ‘牧丹(목단)’과 ‘風雲山林(풍운산림), 일중 선생의 ‘杜詩(두시)’와 ‘衣食分有(의식분유)’, 여초 선생의 ‘陶覺語(도각어)’와 ‘공산낙목(空山落木)'' 등 대표작은 물론 이들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체의 작품이 망라돼 있다.
동방대학원대 이영철 교수(서화심미학과)는 “고매한 인품과 학문적 성취, 한국적 서예를 정립한 세 분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기란 흔치 않은 기회”라며 “한국 서화의 맥을 잇고자 했던 높은 뜻과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세 선생의 작품전은 동방연서회 창립 50주년인 2007년 개최 예정이었지만, 김충현(2006), 김응현(2007년) 선생의 잇따른 타계로 미뤄지다 이번에 추모전 형태로 열리게 됐다.
당호인 ‘구룡산인(九龍山人)’으로 더 유명한 영운 선생은 일제강점 후 벼슬을 그만두고 초야에 묻혀 시ㆍ서ㆍ화로 망국의 한을 달랜 조선의 마지막 문인이다. 중국의 신문인화를 배웠지만 중봉 위주의 운필로 우리 정서와 감흥을 담아낸 서도를 후학에 전수해 오늘날 현대 문인화의 초석을 놓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일중 선생은 고전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해 ‘해서(楷書)’를 기본으로 하는 독창적인 ‘일중체(一中體)’를 완성시켰다. 옛 삼성그룹 로고 ‘三星’, 현대그룹 로고 ‘現代’, 태평양 ‘설록차’ 등 휘호로 국민에게도 친숙한 글씨는 순천 송광사 대웅전, 완주 송광사 일주문 편약, 강남 봉은사 등 전국 사찰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일중 선생의 친동생인 여초 선생은 동방연서회를 통해 한국 서단을 이끌어 왔다. 고고한 학을 연상시키는 기품과 웅훈함이 넘치는 필체는 중국 서단의 극찬을 받았다. 직지사, 길상사, 봉국사 등 전국 유명 사찰의 편액을 남겼다. 강원도 인제군은 지난해 4월 북면 용대리에 ‘여초 김응현 서예기념관’ 착공식을 갖기도 했다.
동방대학원대 정상옥 총장은 “2005년 개교한 본교는 유불선 합일의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동방문화를 창달하는 인재 양성이 교육목표이고 이는 동방연서회의 취지에 연원을 두고 있다”면서 “대학설립의 주춧돌을 놓은 세 분의 추모전을 계기로 침체된 서예계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동방대학원대학교는 6월 2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심우장(서울기념물 제7호)에서 만해 한용운 스님의 65주기를 맞아 추모 다례재를 봉행한다. 동방대학원대학교는 2007년부터 만해 스님의 사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상반기에는 다례재를, 하반기에는 추모 예술제를 열고 있다. (02)3668-9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