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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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발행 계기로 돌아본 불국사 석굴암과 1만원권의 비화



만원권 시쇄품에 박정희 대통령의 사인이 남아있다.

대한민국 최고액권인 5만원권 지폐가 6월 23일 발행됐다. 5만원권에는 신사임당(1504∼51) 초상과 그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묵포도도’ 등이 들어갔다.

이번 5만원권은 국내 화폐 사상 최초로 여성이 단독 도안됐다는 의미를 지닌다. 사회변화에 맞춰 역사 속 진취적 여성상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현모양처로서 자녀교육 및 문화향상에 앞장선 여성상을 원하는 목소리가 함께 만들어 낸 것이다.

이처럼 단순한 교환의 수단을 넘어,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 시대적 요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화폐의 중요성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화폐 도안의 중요성 속에 36년 동안 최고액권 역할을 담당해온 1만원 원 주인공이 ‘부처님’이었다는 사실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1970년대 경제 성장에 맞춰 박정희 정부는 1만원권이라는 고액권 도입을 추진했다. 1972년 한국은행과 조폐공사의 선정위원회는 1만원권 앞면에 국보 제24호인 석굴암 본존석가여래좌상을, 뒷면에는 불국사 전경을 싣기로 결정했다. 한국을 떠올리는 대표 문화유산일 뿐만 아니라 인물 초상에서 불러올 수 있는 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도안소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내외 공고 절차 후 지폐를 찍어낼 종이까지 수입해 인쇄를 위한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태에서 문제가 터졌다. 종교계에서 집단적으로 반발한 것이다. 기독교 측의 ‘특정 종교를 홍보하는 일’이란 반대와 더불어 불교계도 ‘신성한 부처님에게 불경죄를 저지르는 처사’라며 반대했다.

시쇄까지 마치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승인도 받았지만 양쪽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결국 이듬해 세종대왕과 경복궁 근정전으로 바뀌게 된다.

결국 1만원권 도안 원안은 단 한 장도 인쇄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급하게 세종대왕 초상과 경복궁 근정전을 바꿔 초기 발행본의 복면에는 본존불상이 그대로 비춰지도 했다.

한국불교는 근 2000년동안 한민족과 함께 숨쉬며 종교를 넘은 전통문화로 자리했다. 석굴암 본존불은, 그리고 부처님은 더러운 오물이 튀어도 중생의 고락을 함께 하는 길을 택하지 않았을까.
노덕현 기자 | Dhavala@buddhapia.com
2009-06-23 오후 3:41:00
 
한마디
일암 참으로 감동적이네요. 이런 큰일이 특정종교에 의해 멈춰지다니...
(2009-06-23 오후 11: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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