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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행하는 향기로운 佛事로 산중포교 새시대 열 터”
23일 취임법회 봉행한 설악산 신흥사 주지 우송 스님
신흥사 주지 우송 스님이 6월 23일 취임법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보이는 불사에 치중 않고 부처님 법이 닿기 힘들었던 사각지대를 발굴해 이웃과 함께 하는 포교에 진력하겠습니다.”

6월 23일 설악산 신흥사에서 조계종 제3교구본사 주지 취임법회가 봉행됐다. 법회에서 제25대 주지에 취임한 우송 스님은 취임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스님은 “신흥사 주지에 취임하게 돼 기쁨에 앞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고암 대종사, 성준 대선사, 오현 큰스님으로 이어지는 법맥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외호하고, 사부대중 중지를 모아 화합과 상생의 길로 도량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전에 이르기를 ‘아름다운 빛과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꽃이 있듯이, 실천이 따르는 사람의 말은 그 메아리가 조용히 그리고 멀리 울려 퍼진다’고 했다”며 “말보다는 실천을 앞세우고 외형보다는 알찬 내실을 거두도록 묵묵히 정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주지 취임 전부터 우송 스님은 10여 년간 신흥사 총무와 부주지 등 크고 작은 소임을 살며 실질적인 신흥사 살림을 맡아왔다.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고 대중과 하나된 교구본사 운영을 위해 스님은 복지 포교분야에 남다른 원력을 세웠다.

화려한 진산식을 취임법회로 간소화하면서 부처님의 자비행을 실천하는 어려운 이웃돕기 행사를 개최한 것도 이 때문.

신흥사 주지 우송 스님과 신흥사 회주 도후 스님 한주 오현 스님(왼쪽부터)


이날 취임법회는 주지 진산식을 검박하게 봉행하는 신흥사 전통에 따라 별도의 초청장 없이 교구 내 스님들과 지역 인사 및 불자들에게만 연락됐다.

취임법회에 이어 속초지역 내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실직가정 등 저소득 소외계층 160세대에게 3000만원 상당의 성금 및 물품이 전달되며 나눔을 행하는 향기로운 불사’의 시작을 알렸다.

우송 스님은 “진산식 봉행할 비용을 아껴 보시하는 마음으로 불우이웃을 돕고자 했다”며 “쌀 미역 김 김치 라면 등 성금 및 물품은 교구본사 산하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들과 신행단체 회원들이 소외계층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 전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주5일 근무가 정착되면서 산중포교는 새 시대를 맞고 있다. 보다 많은 대중이 산사에 와서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도록 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우송 스님은 부주지 시절부터 설법전에서 진행된 학생 수련대회의 횟수를 늘리고 강사진을 보강하는 등 어린이 청소년 포교에도 힘쓸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신행단체들을 통합해 매월 1회 봉행해 왔던 통합법회를 분기별 1회로 늦추는 대신 전국의 선지식을 초청해 법문을 듣는 행사로 바꾼다.

취임법회 후 우송 스님은 속초시종합사회복지관장에게 3000만원 상당의 이웃돕기 물품 및 성금을 전달했다.


교구본사 내 대중의 화합 역시 우송 스님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스님은 “오현 큰스님의 지도로 신흥사 사부대중의 화합에는 문제가 없다”라며 “주지 소임을 사는 데에도 화합을 우선시해 고암 스님 이후 이어진 법맥을 바로 잇겠다”고 말했다.

신흥사는 설악산 국립공원에 위치해 문화재관람료 징수 등을 이유로 관광객들과 마찰도 많았다.

우송 스님은 “최근 송사에서 법원이 신흥사 손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종단차원의 근원적 해결이 필요하다”며 “7월 2일 양산 통도사에서 열릴 조계종 본말사주지결의대회 적극 동참하겠다”고 강조했다.

신흥사 한주 오현 스님은 법문을 통해 우송 스님에게 중국 송대(宋代) 오조법연(五祖法演) 선사의 ‘법연사계(法演四戒)’의 가르침을 새길 것을 주문했다.

‘법연사계’는 선사의 제자 불감혜근 스님이 서주(舒州) 태평사(太平寺)의 주지를 맡아 하직인사를 하러가자 주지로서 네 가지 경계할 점을 일러준 것으로 <종문무고(宗門武庫)>에 기록됐다.

법연 선사는 주지에 부임하는 불감혜근 스님에게 ▲권세를 다 쓰지 말 것(勢不可使盡) ▲복을 다 받지 말 것(福不可受盡) ▲모범을 다 행하지 말 것(規矩不可行盡) ▲좋은 말을 다 말하지 말 것(好語不可說盡)을 당부했다.

오현 스님은 “‘권세를 다 쓰지 말라’는 말은 주지 자리를 권세가 아닌 대중의 심부름꾼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복을 다 받지 말라’는 말은 삼보정재를 무섭게 여겨 불조(佛祖)에 부끄럼 없이 삼보정재를 바르게 써야 하며, ‘모범을 다 행하지 말라’는 주지로서 대중의 허물을 눈감아 줄 아량이 있어야 하며, ‘좋은 말을 다하지 말라’는 항상 할 말을 아껴 잔소리를 적게 해야 한다”고 법문했다.

법문 끝에 오현 스님은 “우송 스님의 주지 취임과 함께 본인은 한주로 물러난다. 새 회주는 도후 스님(건봉사 주지)이 맡기로 했다”며 신흥사가 새 전기를 맞았음을 알렸다.

젊은 주지 우송 스님의 취임과 더불어 세대교체를 이룬 조계종 제3교구본사 신흥사가 영북지역 불교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법회에 참석했던 500여 사부대중을 비롯한 불자들의 기대가 크다.
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9-06-23 오후 2: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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