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배터리가 깜빡깜빡 방전을 알리듯 심신이 처질 때, 짙푸른 신록 속을 거닐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녹색물결과 흙내음 속에 충전 막대기는 다시금 차오른다.
초록이 움트는 6월, 시민단체와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숲’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다. ‘숲의 종교’인 불교도 이에 맞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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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숲유치원 등 체험현장 봇물
산과 들을 따라 떠나는 사색여행, 트레킹(trekking)이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오솔길과 생태탐방로를 걷는 트레킹은 각 지자체가 코스를 개발하는 등 각광받고 있다.
서울시는 6월 17일 북한산 등 서울을 감싸고 있는 8개 산을 이어 2011년까지 137km의 트레킹 코스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시민들이 직접 생태를 체험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같은 날 성북 정릉동에 ‘북한산 숲 체험장’도 문을 열었다.
제주도도 최근 한라산 국유림을 통과하는 ‘사려니 숲길’을 생태관광 트레킹 코스로 개발했다. 15km에 달하는 ‘사려니 숲길’은 유채꽃과 돌담길이 200km 12개 트레킹 코스로 펼쳐진 ‘올레길’과 함께 많은 이의 발길을 머물게 하고 있다.
지리산에는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을 있는 30km 트레킹 코스가 지난해부터 열렸다. ‘산사람 길’, ‘백련사 오르는 길’ 등 2011년까지 300km에 걸쳐 지리산을 핏줄처럼 이을 계획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산행체험 뿐만 아니라 교육의 장도 열렸다. 지난 2일 북한산 숲유치원 개원에 이어 올해 안 인천 청량산에도 숲유치원이 개원된다. 현재 생태보전시민모임이 북한산에서 ‘숲동이 놀이터’, 숲연구소가 ‘숲유치원’을 열었으며 숲해설가협회는 일반인을 숲해설가로 키워내는 아카데미를 개최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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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는 어떤 프로그램이?
숲과 불교는 뗄 수 없는 관계다. 부처님과 제자들은 ‘숲속에 머무는 사람’ 뜻의 ‘아란냐카(aranyaka)’로 불렸다. 숲인 ‘아란야’가 중국에서 ‘사(寺)’, ‘암(庵)’으로 바뀌었 듯 숲과 사찰은 둘이 아니었다. ‘출가’와 ‘입산(入山)’이 같은 의미기에 수행자들은 우리 산하를 지키는 역할까지 담당했다.
현재 지역 각 사찰은 ‘숲’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안 내소사 ‘변산반도 트레킹’, 예산 수덕사 ‘가야산 백제의 미소길 걷기’, 평창 월정사 ‘오대산 천년의 숲길 옛길 따라 걷기’, 제주 관음사 ‘제주 올레길 걷기’, 남원 실상사 ‘지리산 숲길 명상’, 밀양 표충사 ‘대나무 숲 참선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불교환경연대도 매분기 전국 명산에서 ‘생태풍수 산사기행’을 개최해 ‘숲’ 보호에 대한 인식 확산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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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에서는 산사가 이러한 프로그램과 함께 국민생활 속에 함께하는 기회를 마련해 역량을 배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대흥사 어린이 숲속 마을’과 사찰생태연구소가 연 1회 진행하는 숲명상 지도자양성교육은 좋은 예다. ‘어린이 숲속마을’은 약 한 달 간 어린이들에게 자연과 산사생활을 통해 스스로 체험하는 장을 제공하고 있다. ‘지도자양성교육’ 또한 사찰수행환경 보호까지 이끌어내는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다.
불교계는 현재 사찰환경이 크게 훼손당하는 각종 사회현안에 부딪쳐 있지만 일반 시민들은 실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불교계가 사찰환경 보호에 강력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어린이법회, 사찰 부속 각 학교과 연계한 생태교육을 강화하고, 일반 시민들도 쉽게 동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불교환경 관계자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