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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종이 상월 스님(1911~1974)에 의해 중흥된 지 40여 년이 지났다. 짧은 역사에도 천태종은 신도 수 200여 만명으로 조계종, 태고종과 한국불교 3개종단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상월 스님은 천태종을 세우며 실천강령으로 천태종 3대지표인 애국불교와 생활불교 대중불교를 강조했다. 스님은 천태종 3대지표를 통해 지상불국의 실현을 발원했고, 지상불국을 위한 천태종도의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원각불교사상연구원(원장 권기종)이 6월 13일 우면산 관문사에서 ‘천태종단의 3대지표’를 주제로 2009년도 천태불교학술대회를 개최해 눈길을 끈다.
행사에는 권기종 원장을 비롯해 김상현? 정병조 동국대 교수, 이필원 청주대 외래강사, 박소령(동국대 박사과정)씨, 이길주 제주대 외래강사 등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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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 수호가 호국ㆍ애국의 길
김상현 교수는 주제발표 ‘애국불교의 이념과 성격’에서 “애민애족은 불교의 자리(自利)와 이타(利他)의 또 다른 표현”이라 주장했다.
상월 스님은 교시문에서 “불교는 국가 민족과 흥패의 운명을 같이해 교운이 융성할 적엔 국운도 융성했고 교운이 쇠퇴할 적엔 국운도 쇠퇴했다”라고 말했다.
한국불교의 호국적 성격은 <인왕경(仁王經)> <금광명경(金光明經)> <법화경(法華經)> 등 호국삼부경과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봉행됐던 수많은 법회, 의승병의 활약에서 알 수 있다.
삼국시대 신라의 호국불교사상은 삼국통일의 중요한 사상적 토대가 됐다. 고려시대에는 거란과 몽고의 외침을 물리치기 위한 대장경 조판과 항마군으로 불리는 의병의 활약이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임진왜란 당시 서산?사명 등 의승장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김 교수는 “애국불교는 호국불교의 전통을 계승한다”며 “애국불교는 (호국불교)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성격을 갖는다”라고 설명했다.
애국불교는 “일언일구(一言一句)의 은혜나 일사일물(一事一物)의 은덕도 잊지 말고 보사(報謝)하라”는 상월 스님의 지은보은(知恩報恩)의 가르침에서 시작됐다.
김상현 교수는 “상월 스님은 국가 사회의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을 걱정했다”며 “애국불교의 실천과제로 도의 재건, 사회 정화, 복지사회 건설을 강조했다”라고 말했다.
애국불교의 실천과제는 당시의 새마을 운동 등 사회적 운동과 반공 정신에 바탕한 자주국방의식과 맞물려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
김 교수는 “상월 스님이 ‘불교도는 반공정신으로 무장하고 총력안보의 선도적 역할을 해야한다’라고 강조한 것은 종교 자체를 부정하는 사회주의로부터 불교를 보호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현 교수는 “<금광명경>의 ‘호국은 사제의 경계를 지키는 것(護四諦境名護國)’이라는 말은 호국이 진리를 지키는 울타리라는 의미”라며 “호국의 ‘국(國)’은 어떤 한 국가나 국토만을 의미하지 않고 내 몸과 가정 사회 국가 등이 모두 나라이고 국토”라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사회를 위한 노력은 자기의 행복을 위하는 것이요, 국가를 위해 진췌하는 것은 자기의 자유를 위함”이라며 “애국불교는 배타적 민족주의에 한정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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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불교적 이상 소통
정병조 교수는 ‘생활불교의 이념과 실천’을 통해 “생활불교는 불교가 생활문화진흥의 주체로서 그 기능을 살려한다는 상월 스님의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500년의 억불로 불교계가 위축됐을 뿐만 아니라 점복 등이 만연했던 모습에서 상월 스님은 기도예참에 주목해 생활 속에 불교의 진리를 실행하고자 했다.
정 교수는 “생활불교는 불교가 생활 속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출발했지만, 여기에는 현실과 유리됐던 기성 불교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라고 말했다.
생활불교의 실천덕목은 △기복불교에서 작복(作福)불교의 지향 △유한(遊閑)불교에서 생산불교의 지향 △우상불교에서 실천불교의 지향 △생활 즉 불교의 이념 실천이다.
<천태종약전>은 이를 다시 지혜복덕 창조, 주경야선 정진, 생산불교 개척으로 요약했다.
정병조 교수는 “생활불교의 실천덕목은 생활 그 자체가 곧바로 불교적 이상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선언”이라며 “생활불교의 핵심은 생산불교 즉 받는 불교에서 주는 불교, 복을 바라는 믿음에서 복을 짓는 인연을 쌓은 불교로의 질적인 전환”이라고 주장했다.
관념불교로의 탈피는 생활불교의 가장 큰 특징이다. 상월 스님은 올바른 삶의 방편으로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의 열가지 죄업을 소멸하는 삶인 십선업을 강조했다.
십선업은 △산 목숨을 해치지 않는 일 △주어지지 않은 물건을 빼앗지 않는 일 △그릇된 이성관계의 근절 △망령된 말을 멀리하기 △속이는 말 하지 않기 △이간질시키는 말 삼가기 △악담이나 욕 하지 않기 △인색하고 탐내는 마음 없애기 △원한이나 성내는 마음 품지 않기 △그릇된 견해를 버리기 등이다.
상월 스님은 올바른 생활의 완성은 부모 자식간의 윤리 정당한 남녀관계 스승과 제자의 윤리 국가?사회의 도의 등 윤리의 재건에 있다고 여겼다.
정 교수는 “생활불교는 인간복귀 운동”이라며 “현재의 도덕적 공동현상에 한국대표 종교인 불교와 개신교가 공동의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병조 교수는 문화의식 고양의 장으로서 사찰을 개방할 것과 불교의례의 개선, 불교단체의 상업화 경향을 불식시킬 것 등을 주장하며, 사찰단위의 생산적 사업을 장려하자고 제안했다.
#사부대중이 한마음으로
권기종 원장은 주제발표 ‘21세기 새불교운동으로서 대중불교’를 발표했다.
대중불교는 사부대중의 불교를 뜻하는 말로 사부대중이 함께 수행하고 종단 운영도 함께 하는 불교다.
권 원장은 “한국불교는 출가자중심의 산중불교다. 사회가 불교를 위해 존재하며, 신도자 절을 위해 있는 것으로 전도돼 왔다”며 “상월 스님은 전통적인 승가중심의 출가불교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새로운 불교를 모색하던 중 대중불교라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했다”라고 말했다.
상월 스님은 대중불교의 수행법으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염불수행을 채택했다. 또 계율을 재해석해 승단의 중심계율을 십선계(十善戒)로 한정하고 번쇄한 계목(戒目)들을 축소했다.
권기종 원장은 “대중의 불교가 되기 위해서는 출가자는 담을 낮춰야 하고 재가자도 출가자와 함께 수행할 수 있어야 했다”면서 “대중이 함께 수행하는 보편적 불교가 되기 위해 불필요한 권위주의를 벗어난 십선계 중심의 교단이 탄생됐다”라고 설명했다.
천태종은 대중불교를 위해 사원의 도시화?개방화 등을 이뤘다. 신도가 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절이 신도를 찾아 도심에 자리 잡았고, 신도교육 비용은 모두 종단이 부담하고 있다. 또 천태종 사찰을 1년 365일 24시간 개방해 누구나 수행공간으로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권 원장은 “상월 스님의 가르침을 이어 천태종에서는 출?재가자가 함께 수행하고 종단 운영에도 함께 참여하는 등 미래 불교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은 법어를 통해 “천태종의 3대지표는 오직 구제중생이라는 근본서원을 바탕으로 자리이타의 대승불교를 구현하는 실천수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필헌 청주대 외래강사는 주제발표 ‘붇다와 오비구의 관계고찰’에서 지금까지 석가모니를 수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던 다섯 비구는 후대의 창작이라는 새로운 학설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