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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부다바(Buddha Bar)에서는 동양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이자 신성한 종교적 아이콘인 불상이 원형을 알 수 없는 팝아트 조각상으로 변형되어 인테리어 혹은 가구로 사용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출발한 라운지 음악에 동양 젊은이들도 열광한다. 오늘날 이렇듯 동서양의 문화가 자유롭게 전파, 유입되는 가운데 서로 다른 문화가 뒤섞이고 충돌하는 모습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동서양의 춤사위를 접목해 독창적인 몸짓을 창조해 온 무용가 안애순(49)이 이러한 문화적 정체성에 대해 물음표로 던지고, 그 물음에 보다 과감하고 혁신적인 시도로 답하는 공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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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순무용단과 LG아트센터가 공동제작, 6월 25, 26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불쌍>은 춤을 통해 본 문화충돌에 대한 고찰이다. ‘불쌍’이란 제목은 불상(佛像)을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 것으로, 이질적인 문화가 섞이면서 원형 자체가 변형되고 찌그러진 현실을 상징한 표현이다.
전통과 현대,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부처 이미지’(문화 코드를 상징)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형, 혼성모방, 수용, 충돌되는 과정을 보여주게 될 이번 공연은 △Buddha pops △Jumpers △Iconize △Cultural complexity 등 4개의 시퀀스로 구성된다. 인도의 카탁(Kathak), 한국의 진도북춤과 입춤, 중국 전통무예 달마18수, 몽골과 일본의 민속무용 등 동양 각국의 다양한 전통 무용이 안애순을 통해 새롭게 해석되어 이색적인 몸짓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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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상, 조명 등의 멀티미디어와 라이브 음악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로 현대무용의 표현 한계를 뛰어 넘어 새로운 춤의 영역을 구축해 가고 있는 안애순은 ‘불쌍’에서도 무용과 타 장르간의 협업을 통해 작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안애순의 오랜 예술적 동지인 무대미술가 김종석, 조명디자이너 이인연, 현대음악가 양용준을 비롯해 국내 최고의 DJ 소울스케이프, 시각문화의 극단을 추구하는 설치미술가 최정화가 참여해 특별한 시청각적 느낌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무용수 개개인의 개성이 돋보이는 화려한 안무와 다양한 공간 구성은 현대무용의 끝없는 향상일로(向上一路)를 가늠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파리에 있는 카페 부다바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기획했다는 안애순 씨는 “서양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불교 이미지나 음악이 역수입되는 것에 대한 반성과 함께 현재를 사는 우리 모습을 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988년 프랑스에서 열린 ‘바뇰레 안무대회’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작품에 반야심경, 예불문 등을 사용해 동양적 생사관(生死觀)을 표현한 적이 있는 그녀는 평소 ‘불교음악이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음악이자 무한한 창작 소재의 보고(寶庫)’란 소신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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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건달들> <바람의 나라> <대장금>등 뮤지컬 안무 작업에도 참여한 그녀는 ‘한국 뮤지컬 대상’ 안무가상을 2회(1997년, 2006년) 수상한 데 이어, 지난 해에는 <대장금>으로 ‘더 뮤지컬 어워즈’ 안무상(2007년)을 수상했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국제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녀는 <옥스퍼드 무용사전>과 <세계 현대 춤 사전>에 현대무용가로 등재된 한국의 대표적인 안무가이다.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