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ㆍ의지ㆍ홍보’ 부족… 인프라 구축해야

	교계 요양원의 한 요양보호사가 입소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이 1년을 맞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최근 “시행 1년 만에 수급자들의 기능 상태를 크게 호전시켜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한 노후생활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기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그 동안 요양시설 등에서 서비스를 받아온 수급자들에게 갱신신청접수를 받아 조사ㆍ판정한 결과 등급하향(상태호전)23.9%, 변동 없음 66.4%, 등급상향 9.7%로 나타났다. 어느 정도 안착이 돼가고 있는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시행이 불교계 복지현장에서는 어떻게 자리잡고 있을까?


#부담 경감 위해 시설 선호

건보공단이 노인장기요양서비스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 88.7%가 만족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각각의 만족도를 따졌을 때 시설서비스보다는 재가서비스의 만족도가 높았다.

진각복지재단이 수탁운영중인 중랑노인전문요양원의 홍희자 과장은 “건보공단에서는 높은 만족도의 결과를 두고 제도의 도입이 긍정적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재가서비스의 성과에 치중한 것 같다”며 “많은 보호자들이 부양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시설에 어르신들을 모시면 좋겠다는 민원제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도의 시행으로 요양시설들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서울만 해도 시설 수가 부족해 대상자 어르신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인요양시설이 더 늘어나야 된다는 결론이다.

제도의 도입에 맞추어 시설서비스가 공급돼야 하는데 요보호 대상자를 따라가지도 못할 뿐 더러 시설위치가 편중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전국 232개 시군구 중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설립한 시설은 48개 시군구에서 59개소에 불과해 공공 노인요양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다. 시설이용자도 편중 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6개 광역시에 있는 요양시설은 정원을 채우면서 평균적으로 수용가능 인원의 100%가 넘는 대기자 수가 있으나 중소도시와 군 지역은 정원의 80%도 채우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불교 요양시설 전체 5%

2009년 4월 기준으로 전국의 요양시설은 1877개로 집계됐는데 이 중 종교시설이 576개, 비종교시설이 1301개였다. 현재 불교계 요양시설은 93개로 종교계 시설 비율로 따지면 16%, 전체 시설비율 중 5%에 불과하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009년도에 모실 수 있는 대상 노인은 23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중 60%가 재가 시설을, 40%가 생활시설을 이용하는데 약 9만 2000명의 노인이 생활시설에 입소해야 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현재 불교계 시설 수용가능인원은 약 4700여 명, 3800여 명이 입소해 생활하고 있다.

이 93곳 중 28개 시설 만이 광역시에 위치해 있고 수용가능 인원을 다 채우고 있었다. 이는 실제 이용자들이 외곽의 요양시설보다 교통이 편리한 시설을 바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장기요양, 접근성 최우선 요소

시설을 이용하는 수급자들은 입소시설을 선택할 때 접근성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건보공단은 “수급자는 입소시설 선택요건 중 시설의 환경상태보다 내 집과 가까운 곳의 요양시설을 선호하며 요양시설을 선택할 때 종교여부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수급자가 생활권내 시설을 이용하기 편리하게 시설이 부족한 서울ㆍ부산 지역 등 광역시 중심으로 인프라 확충을 해야 할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었다.


#불교계 다각적 노인복지 절실

불교계는 이용자와 어르신들의 반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불교계 노인복지시설의 관계자는 “접근성을 고려해 시설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종단을 초월해 복지포교에 초점을 둔 다양한 정책을 연구ㆍ개발하는 기관을 설립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찰에서는 노인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을 선정해 건물을 매입,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는 형식으로 포교활동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대두됐다.

자본이 부족해 시설설립 및 운영이 어렵다면 신도회나 포교사를 중심으로 봉사단을 조직해 재가방문요양서비스(재가복지)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 노인복지 전문가는 “아직 까지 복지를 전공해 복지를 포교로 인식한 스님들이 많지 않다”며 “교계 전체내의 의지부족, 정부의 시행제도에 대한 홍보 부족, 고령화 사회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1년을 맞으며, 수급자와 시설관련자들에게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불교계도 고령화사회 노인복지포교를 위한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Tip-노인 장기요양보험제도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노인 수발제도.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는 거동이 불편한 ‘65세 이상 노인 또는 65세 미만의 치매·중풍 등 노인성질환을 가진 사람으로 6개월 이상 스스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급여대상자 선정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구성된 판정위원회에서 장기요양인정점수를 매겨 1~3등급을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