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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뜨겁다. 전각들마다 짙은 그림자가 매달리고, 법당에서 나온 행자는 향냄새를 남기고 지나간다. 봉서루 앞 느티나무는 넉넉하게 그늘을 드리우고, 그늘 끝에서는 솔바람이 불어온다. 그 옛날, 겨울에 오동나무 꽃이 피었다는 동화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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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선원 앞에 선다. 부서진 석탑 끝에서 떨어져나간 시간들이 선원 문 앞을 지키고, 보물이 된 당간지주 꼭대기엔 문자로 남지 못한 세월들이 깃발처럼 펄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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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깔 고운 산새 한 마리가 물가로 내려와 마른 목을 적신다. 포행 하던 스님도 물가로 내려와 연못 속의 물고기와 눈을 맞춘다. 내려놓은 스님의 시선이 물고기가 만든 작은 파문을 따라 사라지고, 목을 적신 산새는 숲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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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시간이 흐른다. 해탈교 위의 두 스님은 아득해질 시간 속을 걷고, 해탈교 밑엔 소원 담긴 동전들이 아쉽게 반짝이고 있다. 법당 앞에 남기고 간 행자의 향냄새가 솔바람에 날아가고, 느티나무 그늘에서 쉬던 행자는 다시 법당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