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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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시간 속의 동화사
박재완 기자의 사찰풍경-23.대구 동화사

태양이 뜨겁다. 전각들마다 짙은 그림자가 매달리고, 법당에서 나온 행자는 향냄새를 남기고 지나간다. 봉서루 앞 느티나무는 넉넉하게 그늘을 드리우고, 그늘 끝에서는 솔바람이 불어온다. 그 옛날, 겨울에 오동나무 꽃이 피었다는 동화사다.

금당선원 앞에 선다. 부서진 석탑 끝에서 떨어져나간 시간들이 선원 문 앞을 지키고, 보물이 된 당간지주 꼭대기엔 문자로 남지 못한 세월들이 깃발처럼 펄럭이고 있다.

빛깔 고운 산새 한 마리가 물가로 내려와 마른 목을 적신다. 포행 하던 스님도 물가로 내려와 연못 속의 물고기와 눈을 맞춘다. 내려놓은 스님의 시선이 물고기가 만든 작은 파문을 따라 사라지고, 목을 적신 산새는 숲으로 돌아간다.

고요한 시간이 흐른다. 해탈교 위의 두 스님은 아득해질 시간 속을 걷고, 해탈교 밑엔 소원 담긴 동전들이 아쉽게 반짝이고 있다. 법당 앞에 남기고 간 행자의 향냄새가 솔바람에 날아가고, 느티나무 그늘에서 쉬던 행자는 다시 법당으로 간다.
박재완 기자 | wanihollo@hanmail.net
2009-06-08 오후 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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