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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과 정토원은 지금
일상으로 돌아가도 추모물결 여전...생가복원 공사 등 이어져


정토원에 마련된 노무현 전 태통령 분향소.

노무현 前통령의 서거로 깊은 슬픔에 잠겼던 봉하마을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6월 4일, 추모 인파가 수백 미터를 줄지어 기다리던 마을 어귀에는 조문객들이 남기고 간 현수막들만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길 양 가장자리에 세워졌던 만장 2000여 개도 수거됐다. 고인에게 마지막 작별인사와 헌화를 하고자 기다리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분향소에는 뒤늦게 조문을 온 수십여 명이 모여 있을 뿐이다.

정토원에 마련된 분향소에 참배하는 시민과 불자들.

농가에서는 본격적으로 모내기와 보리 베기가 이뤄지는 ‘망종’ 즈음. 마을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들녘에서는 트랙터 소리가 울려 퍼진다. 1일까지만 해도 텅 비었던 논에는 모판이 빼곡히 심어졌다.

사진 박지원 기자.

2일부터 노 前대통령이 서거한 5월 23일 오후 중단했던 생가 복원공사가 십여 일 만에 재개됐다. 추모 기간 동안 굳게 잠겼던 현장에는 인부와 공사차량들이 속속 모여들었고, 힘찬 엔진 소리와 함께 골조 작업 후 남은 자재 정리 작업으로 공사의 재개를 알렸다.

사진 박지원 기자.

그러나 추모 물결마저 가라앉지는 않았다.
6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 일대를 수놓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글과 그림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전달됐다. 이날 오전 추모글과 그림을 트럭 2대에 나눠 실은 200여 봉사자는 운반 및 뒷정리 작업을 모두 마친 후에야 서울로 돌아갔다.

노 前대통령의 유골이 안치된 정토원에는 검은 상복 대신 등산복과 평상복을 입은 추모객들이 늘어났다. 오후 5~6시 퇴근시간 무렵 봉화산 등산로와 봉하마을, 정토원에 이르는 코스에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주까지 전국에서 몰려오던 자원봉사자들도 썰물처럼 빠졌다. 추모기간 동안 큰 힘이 되어주던 봉사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간 것.

사진 박지원 기자.

한 자원봉사자는 “먼 길 오신 방문객들에게 여전히 매일 세 끼씩 밥과 빵, 물 등을 무료 공양해드리는데 추모객이 끊이질 않으니 자원봉사 일손이 부족해서 계속 모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자원봉사자들과 정토원 신도로 구성된 봉사단 및 스님 봉사단, 노무현 정부 시절 핵심 측근 몇 명만 남아 정토원을 지키고 있다.


"정토원 내에 작은 추모각 지을 생각"
정토원장 선진규 법사 인터뷰



정토원 원장 선진규 법사.

노 前대통령 서거 10여 일 만에 몰라보게 수척해진 정토원장 선진규 법사를 만났다. 오랜 지기를 먼저 보내는 슬픔과 그간 누적된 피로로 심신이 많이 쇠약해진 상태였다.

선 법사는 지금도 눈 감으면 어린 시절의 노 전 대통령이 절 마당에서 뛰어놀던 모습이 아른거려 그분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다. “노 前대통령에게 정토원과 봉화산은 몸과 마음이 자란 고향이고, 사자바위는 ‘부처님바위’라 불릴 정도로 정기가 좋으니, 그분이 산의 좋은 기운을 독차지해 다시 없을 훌륭한 분으로 성장했다”며 고인을 회상했다.

선 법사는 이어 “부모님의 위패가 모셔져 있어서 틈틈이 찾아오다가 임기가 끝난 후에는 매일 올라오고, 멀리서 손님이 오면 모시고 다니면서 봉화산 자랑을 하고 다닐 만큼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이제 영결식을 모두 마치고, 49재 중 2재를 지낸 선 법사는 “오랜 세월 같은 추억을 많이 간직한 고인이 한 세상 회향하는 이 순간에 내가 함께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49재가 끝날 때까지 정성스레 재를 올린 후, 왕이 세상을 떠나면 100재를 지냈다는 옛 문헌의 기록에 따라 서울에서 나머지 51재를 올리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 “정토원 경내에 작은 추모각을 지어 먼 훗날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며 절을 찾는 이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할 계획도 조심스레 갖고 있다”고 했다. 선 법사는 전국에서 찾아와 추모하고 마음으로 함께해준 전 국민과 불교계에 감사의 뜻을 거듭 밝했다.
박지원 기자 | hdbp@hanmail.net
2009-06-08 오후 2: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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