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 > 오피니언 > 기자칼럼
'바보'가 아름다운 까닭
[죽비와 목탁] 김성우 취재부장


김성우 현대불교신문 취재부장.
지역주의 타파와 서민중심의 경제, 남북의 평화공존을 지향한 정치개혁을 어렵게 실천했지만, 퇴임후 정치보복성 표적 수사에 휘말리자 온몸으로 항거한 故 노무현 前대통령. 당신의 수많은 별명 중에 바보가 가장 마음에 든다던 그가 서거(5월 23일)한 지 10여 일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바보 대통령’을 잊지 못하고 있다.

“눈앞의 이해관계로 판단하니까 이기적인 행동만 나오고…, 어쨌든 그냥 바보하는 게 좋아요.”

생전의 육성 그대로 ‘바보 노무현’이란 문구가 방송과 인터넷을 도배하고 이제는 추모의 분위기도 식어가고 있지만, ‘나도 바보 처럼 살겠다’고 발원한 국민이 적지 않다.

이러한 ‘바보 신드롬’은 지난 2월 16일 선종한 또 다른 바보, 故 김수환 추기경이 불러일으킨 나눔과 봉사의 열풍에 이은 두 번째다. 국민들이 이처럼 ‘바보’에 목말라 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이기주의, 개인주의에 물들어 있다는 반증이다.

어느 종교 보다 깊은 애도를 표하고 추모 열기에 휩싸인 불교, 특히 선종에서는 전통적으로 분별심과 알음알이가 치성한 지해종사(知解宗師) 보다는 바보처럼 무심한 도인[無心道人]을 존중해 왔다.

대표적인 분들이 바로 당나라 때의 한산(寒山)과 습득(拾得)이다. 뒷날 한산은 문수보살, 습득은 보현보살의 화현으로 추앙되었지만, 당시 사람들은 그들의 언행을 미치광이로 생각하고 멸시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면, 험한 세상에서 바보로 살아가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한산이 습득에게 물었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비방하고 업신여기고 욕하고 비웃고 깔보고 천대하고 미워하고 속이니 어떻게 대처해야 하겠는가?”

습득이 대답했다.
“참고 양보하고 내버려두고 회피하고 견디어 내고 그를 공경하고 그와 따지지 않으면, 몇 해 후에는 그들이 그대를 보게 되리라.”

백척의 절벽 위에서 한 걸음 더 내딛기 전, ‘삶과 죽음이 모두 한 조각 자연’이니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고 유언한 바보 대통령. 세속의 관점에서는 비운의 정치가이겠지만, 생사가 둘이 아닌 도리를 체득하고 끝까지 동체대비의 교훈을 국민에게 남긴 그는 우리 시대의 보살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저자거리에서 남몰래 보살행을 실천하다 간 무수한 도인들처럼 숨이 넘어갈 때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라고 노래할 수 있을까.
김성우 기자 | buddhapia5@buddhapia.com
2009-06-08 오후 1:55: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