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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인식의 전환'
아태불교문화硏, 해외석학 초정 국제학술대회 개최
아태불교문화연구원이 5월 30일 동국대에서 개최한 불교 인식론 관련 국제학술회의에서 홀스트 라직 교수(가운데)가 발표하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보리수 아래서 새벽별을 보는 순간, 정각(正覺)을 이뤘다고 한다. 그렇다면 깨달음의 과연 요체는 무엇일까?

중생이 곧 부처였다는 자각, 유아독존한 줄 알았던 존재가 상의상관한 연기(緣起)로 얽혀 있더라는 자각이 아니었을까? 한 마음 돌려 중생이 부처되는 자리,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하나된 자리를 바로 본 부처님의 깨달음은 ‘인식의 전환’이었다.

중생과 부처가 하나라 했다. 부처는 중생이 탈바꿈해서 부처가 된 것이 아니라, 중생의 인식이 자성의 인식으로 완전 회귀한 존재일 뿐이다.

아태불교문화연구원(원장 법산)이 5월 30일 동국대에서 ‘불교의 인식과 언어’를 주제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는 ‘깨달음은 인식의 전환’이란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행사에는 홀스트 라직 교수(오스트리아 비엔나대)를 비롯해 파리말 파틸(미국 하버드대), 맥가리티 앤드류 박사(호주 시드니대) 등 불교인식학 관련 해외석학들이 발표자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홀스트 라직 교수는 주제발표 ‘현대불교학계에서의 불교인식론연구의 회고와 전망’을 발표했다.

라직 교수는 “불교인식학파의 가장 큰 특징은 이타행의 보살도를 실천하려는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도구로서 인식과 논증을 수행과 연관지어 지속적으로 강조했다는 점”이라며 “어떤 사람이 스스로 알아야 할 것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 후에야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홀스트 라직 교수는 불교인식논리학파의 소의 논서인 <집량론(集量論)>과 저자 진나(Dignaga, 480~540)에 주목했다.

라직 교수는 “<집량론>이 저술되지 않았다면 인식논리학파의 전통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거나, 애초에 전개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극찬했다.

진나는 인도, 티베트 인식논리학자들에게 추앙받는 학자다. 진나는 어릴 적 친구였던 왕자를 만나 왕국의 절반을 나눠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산속에서 금욕 생활을 하며, 오전에는 탁발을 했고, 오후에는 100여 권에 달하는 논서를 저술했던 인물이다. 그는 인식 가능한 대상을 자상(自相)과 공상(共相)으로 분류했다. 진나의 사상은 인식과 논증의 대주제에 따라 <집량론>에 집약됐다.

<집량론>의 저술 목적은 귀경게로 축약된다.

“바른 인식의 현신(現身)이시고, [모든] 중생의 요익을 바라시며, 스승이시고, 선서이시며, 구호자이신 부처님께 예경드리며, 바른 인식수단을 확립하기 위해서 [많은 논서들에] 산재한 내 이론들을 집대성하기 위해 <집량론>을 저술하고자 한다.”

이어 홀스트 라직 교수는 “진나는 인식과 논증의 서로 다른 영역을 연결함에 있어 ‘자신을 위한 추론’과 ‘타인을 위한 추론’으로 증명하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라직 교수는 “비엔나대의 불교인식학 연구는 에리히 프라우발너에 의해 시작됐다”면서 “프라우발너는 원전을 중심으로 한 문헌 비평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비엔나대에는 프라우발너의 제자로 아포하론을 티베트역에서 완역해 낸 슈타인켈러 등 불교인식논리학에 관한 석학들이 있다.

파리말 파틸 교수는 ‘불교의 인식과 수행’을 발표했다. 파틸 교수는 “불교인식론자들의 견해가 수행에 절대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파라밀 파틸 교수는 “진나를 계승한 법칭(Dharmakirti, 600~660)은 인도철학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논사”라고 말했다.

파틸 교수는 “법칭은 <양결택론(量決擇論)>과 <집량론>의 주석서인 <양평석(量評釋)>등을 저술했다”며 “특히 <양결택론>은 유용한 것을 얻고, 유용하지 않은 것을 피하기 위해, 무엇이 올바른 인식인지 알아야 함을 모르는 이들을 가르치고자 저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라밀 파틸 교수는 “불교인식론자들의 연구는 종교적 추론과 철학적 분석을 위한 하나의 모범을 제시했다”며 “이 모범에 의거해 이성적인 사람은 언젠가는 일체지자(一切知者)가 되어 법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틸 교수는 “철학적 분석은 불교적 수행의 한 형태”라고 강조했다.

맥가리티 앤드류 박사(호주 시드니대)는 ‘적호의 아포하론: 새로운 학설인가? 법칭 이론의 재해석인가?’를 발표했다.

앤드류 박사는 “불교의 아포하 논자들과 대론자 사이의 논쟁은 아포하론에 국한되지 않고 ‘타자(anya)’에 대한 규정 등 근본적인 문제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9-06-08 오전 1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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