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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숲길을 걸으면서 팔의 흔들림을 관(觀)하고, 내딛는 걸음걸이를 관하고, 발바닥에 느껴져 오는 감촉을 관하고, 시선의 방향과 위치를 관하고, 눈에 들어오는 사물들을 관하고, 콧속으로 들어오는 숲 내음을 관하고, 귀에 들리는 물소리를 관하고, 들고나는 숨소리를 관한다.”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 소장이 말하는 생태기행은 단순한 기행이 아니라 행선(行禪)이다. 열린 몸과 마음으로 찬찬히 명상하듯 주변을 둘러보고 마음으로 기록하다 보면 생태기행은 곧 수행이 된다. 출가 이력이 있는 한 김 소장은 명상가가 되어 사찰 주변의 호젓한 산길을 걸어보라고 조언한다. 여행객이 숲과 만나서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관하다 보면, 어느새 자기가 풀꽃이 되고, 나무가 되고, 물소리가 되고, 산새가 된다. 무아(無我)의 상태에서 산하대지(山河大地)와 하나 되면 그야말로 선(禪)의 경지다.
7년 동안 산사가 있는 이 땅의 산하를 누빈 김 소장은 ‘108사찰 생태기행_산사의 숲’ 시리즈의 두 번째 성과물인 <산사의 숲, 침묵으로 노래하다>에서 ‘무정물의 말없는 설법’(無情說法)을 듣고 본 경험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겨울 철새들의 지상낙원인 서산 간월암, 울울창창 소나무가 아름다운 절 사천 다솔사, 눈 쌓인 전나무 숲의 고요가 아늑한 부안 내소사를 비롯해 과천 연주암, 경기 광주 장경사, 안성 청룡사와 석남사, 원주 구룡사, 공주 갑사, 통영 용화사, 곡성 태안사, 김제 금산사, 제주 관음사 등 12개 사찰 주변 생명과의 대화가 에세이처럼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