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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보살이 선재동자에게 각계각층의 다양한 선지식 만나기를 종용한 것은 우리 삶의 다양성과 진리를 향해 가는 길이 무수하다는 것을 깨우쳐 주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우리시대 53명의 선지식들을 만나며 삶에는 무수한 진실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지구에 60억의 사람이 산다면 60억의 다양한 삶이 있고 60억의 불성이 존재한다는 의미겠지요.”
수필가 문윤정씨가 2006년부터 찾아다닌 53명의 우리시대 선지식들의 이야기를 한권의 책으로 묶었다. 저자가 스스로 <화엄경> ‘입법계품’의 선재동자가 되어 찾아다닌 우리시대의 선지식들은 경전에 나오는 선지식들만큼이나 다양하다. 무엇보다 저자가 만난 오늘의 선지식들을 경전에 나오는 선지식들에 배대(配對)하여 행화(行化)와 가르침의 의미를 결부시킨 점이 돋보인다.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선지식들은 보살, 비구와 비구니, 장자와 바라문(이교도) 왕녀 교사 우바이 천신 등으로 다양한 군상을 이룬다. 저자가 만난 선지식들도 스님과 사업가 탤런트 공무원 커피숍 주인 택시기사 도지사 의사 상인 요리연구가 다양하다. 저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에게서 선지식의 향기를 맡고 깨우침의 소식을 듣느라 전국을 싸돌아 다녀도 힘든 줄 몰랐다”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 그 자체가 수행이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그 자리가 바로 화장세계임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보살이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를 허물어 버린 사람이듯, 그들 또한 너와 내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상생의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삶의 희노애락을 통해 무수한 진실을 알아채는 눈 밝은 자들이었으며 각자의 향기로 자신을 장엄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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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선지식들이 어디 이 책에 실린 분들 뿐이겠느냐는 저자는 “자신이 지금 몸담고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그들로부터 상생의 법으로 사는 행복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저자 스스로 택한 선재의 길에서 많은 깨우침과 각오로 새로운 눈을 떴고 그 귀결은 다름 아닌 ‘상생의 삶’. 누구나 누군가에게는 선지식이 되는 삶이 되도록 다지고 또 다져야 할 것이란 얘기다.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선재가 처음 찾아가 만난 선지식은 문수보살이다. 이 책에서의 선재인 저자가 처음 만난 선지식은 월운 스님. 동국역경원장을 지낸 월운 스님은 일생을 역경불사에 바친 선지식이다.
경전에서 법을 구하는 문수동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대가 이제 발심하고 보사의 도를 구하여 온갖 지혜를 성취하려거든 마땅히 진정한 선지식을 찾는 것을 고달파 하지 마라. 그리고 선지식을 보거든 싫증을 내지 말 것이며 선지식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고 어기지 말 것이며 선지식의 미묘한 방편에 다만 공경할 뿐이요 허물을 보지 말아야 한다.”
이 책에서 월운 스님은 불자다운 삶의 길을 이렇게 안내한다.
“마음 깨닫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법문 듣고 한순간에 깨닫는 것이지요. 법문을 듣고 깨달아서 내가 한 순간 한 순간 양심에 걸림 없이 깨끗하게 살아가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음먹는 것입니다. 이것이 불제자의 자세입니다.”
책은 동국역경원이 번역한 <화엄경>40권본의 내용을 토대로 경전 속의 선지식과 오늘의 선지식이 전하는 향기로운 진리를 전하고 있다.
선재야 선재야/문윤정 지음/클리어마인드 펴냄/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