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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사진)이 일기를 공개했다. 불꽃 같았던 젊은 시절, 구도와 민주화의 열병을 앓으며 민중의 고뇌를 대신 떠안고 방황하던 시절의 이야기들이다.
일기란 누구를 보여주기 위해 쓰여 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일기를 보는 재미는 사뭇 진진하다. 고은 시인이 다져 온 캐릭터의 장엄함을 생각하면 그의 일기를 읽는다는 것은 재미의 문제를 초월하는 의미를 남긴다. 그의 시대가 광기와 우울을 하늘로 삼았던 탓이고 그의 시대가 열병 같은 순수였기 때문일 것이다.
시전문 격월간 <유심>이 4월호부터 특별연재로 고은 시인의 일기를 싣고 있다. 타이틀은 시대의 비탈에서. 고은의 시대, 그 비탈에 선 위태로운 시간들이 온 몸을 던져 고뇌하는 시인의 체향과 뒤범벅이 되어 곰삭은 맛을 낸다. 고은 시인의 일기가 아니고는 낼 수 없는 그런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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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연재에서는 1976년 6월 17일부터 8월 27일까지의 일기가 소개되고 있다. ‘송장은 일기가 없다’ ‘청진동이 좀 역겹다’ ‘이틀구류’ 등의 제목과 날짜들만 읽어도 한편의 시다. 이 역시 고은 시인의 일기가 아니고는 쓸 수 없는 시일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