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거한 노무현 前대통령이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하기 직전, 부모님 위패가 모셔진 인근 사찰 정토원(원장 선진규)에 들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다.
정토원은 노 前대통령의 사저가 내려다 보이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화산 사자바위 아래 위치한 절로,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부엉이바위와는 불과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 사찰은 1920년대 초 작은 암자로 지어져 자암사, 파일사, 봉화사 등의 이름으로 불리다 1983년 선진규(75, 前 전국신도회 회장) 법사가 정토원으로 개명해 현재까지 운영을 맡고 있다.
노 전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이어오며 ‘귀향환영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한 선진규 정토원 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초ㆍ중학교 선배로,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든든한 의지처가 되어줄 만큼 각별했다.
선 원장은 “정토원은 (노무현 前 대통령이) 아이였을 때부터 불공을 드리러 오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올라와 놀던 놀이터 같은 곳”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라고 회상했다.
| ||||
선 원장은 노 전 대통령과 같은 고향 사람이면서 진영 대창초등학교와 진영중학교 선배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는 점에서 ‘같은 길’을 걸어왔다.
정토원의 한 스님(87)은 “(노 전 대통령) 초등학생 시절, 서울의 4년제 대학을 다니면서 총학생회장까지 맡았던 선 원장을 보면서 ‘나도 꼭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는 얘기를 하며 함께 웃곤 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 선 원장이 어린시절 선망의 대상이었다면, 세월이 흐른 후 선 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었다. 대선 후보 경선 때 그를 도왔고, 귀향 전에는 ‘귀향환영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을 도맡았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박연차 게이트’ 등이 불거져 대외활동을 자제하던 4월 5일 정토원의 ‘호미든 관음성상 봉안 50주년 기념법회’에 참석한 지관 스님 등 총무원 관계자 20여 명이 행사를 마치고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때 반갑게 맞아주기도 했다.
선 원장이 지난 2월 <부처님의 3대 선언>이란 법보시용 책을 준비하면서 초고를 가장 먼저 보여준 사람은 노 전 대통령이었다. 이 책에는 석가모니의 일생과 불교 수행방법 등을 소개하면서 ‘자연은 나, 나는 자연’이라는 불이법(不二法)의 내용이 담겨 있는데,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이 책을 보고 “책의 내용이 너무 알차고 배울 게 많다”며 “앞으로 연설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인용 해야겠다”며 책 한 권을 가져갔다고 한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몇 달 후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말로 그분의 유서에 투영됐다”며 한탄을 금치 못했다.
서거 직전 정토원에 들러 부모님께 ‘하직 인사’를 했던 노 전 대통령 자신의 위패는 부친 노판석 씨와 모친 이순례 여사의 위패 옆에 나란히 봉안된다. 선 원장은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의 위패를 모시게 될 줄은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5월 29일 영결식 거행 후 화장된 노 전 대통령의 유해는 49재 때까지 정토원에 안치되며, 비석은 불교의 부도탑 형식으로 조성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