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인간의 정신문화 양식의 하나인 종교다. 의학은 인간의 질병과 치료에 관한 학문이다. 불교와 의학은 인문학과 과학처럼 얼핏 관계없어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2500여 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은 인간이 고해(苦海)에서 헤매는 원인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질병의 원인과 치료는 물론 인간에 관한 모든 것을 밝혔다.
부처님이 제시한 괴로움을 여의고 행복을 얻는 ‘이고득락(離苦得樂)’의 가르침은 인간을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목적을 가진 의학과 다르지 않다.
근본경전인 <아함경>에는 병을 잘 알고, 병의 원인을 잘 알며, 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해 다시 재발하지 않게 하기 때문에 석가모니 부처님을 ‘대의왕(大醫王)’이라 했다. 여러 대승경전에서는 “병에 따라 약을 주고, 보살은 그(여래)를 따라 널리 교화한다”고 해 부처님을 ‘대의왕’으로 지칭했다.
마음공부라 불리는 불교적 수행법은 몸과 마음이 하나(心身不二)인 까닭에 마음은 물론 몸도 건강하게 한다.
수행으로 체득하지 못한 경지에 대해 막연한 짐작만 갖던 이들에게 과학적 수치와 이론을 토대로 한 실험결과 등을 근거로 불교와 의학의 접목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조계종립 동국대 의료원(원장 이명묵)과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원장 박인성)은 ‘불교와 의학의 만남’을 주제로 5월 28일과 30일 1부와 2부로 나눠 봉축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제1부는 ‘뇌, 경락 그리고 마음’을 소주제로 5월 28일 오후 2시 동국대 일산병원 5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박인성 원장의 기조발제 ‘불교는 왜 의학에 관심을 가져야하나?’를 시작으로 △신희섭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의 ‘뇌 연구를 통한 마음의 이해’ △소광섭 서울대 교수의 ‘선과 경락 및 뇌신경 봉한시스템’ △박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의 ‘뇌와 의식 그리고 불교’가 발표될 예정이다.
제2부는 30일 오전 9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에서 ‘치유와 소통’을 소주제로 펼쳐진다.
구병수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장이 기조발제 ‘의학적 관점에서 보는 불교’를 비롯해 △인환 스님(동국대 명예교수)의 ‘불교계율에서의 의학과 건강법’ △장현갑 영남대 명예교수의 ‘불교수행과 심신치유’ △이문성 한국분석심리학회장(정신과 의사)의 ‘선과 정신분석의 만남에 대한 소고’ △강용원 마음향기한의원장의 ‘한국적 심리상담의 모색’ △김재일 아주대 의대 교수(前 티벳의학원장)의 ‘티벳의학에서 보는 마음, 질병 그리고 건강’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장의 ‘몸과 마음 그리고 심신의학’이 발표된다.
오후 1~2시에는 법현 스님(동국대 교수) 등 9인의 영산재 공연도 펼쳐진다.
이미 서구에서는 1980년대부터 불교적 수행법이 임상치료에 응용돼왔다. 미국 매사추세츠 의료원의 존 카밧진(Jon Kabat-Zinn) 교수가 위빠사나 수행법을 응용해 ‘마음챙김(mindfulness)’의 명상법 체계를 심리치료에 접목시킨 것이 그 예다.
서구 의학전문가들의 발 빠른 도입에 과학적인 치료검증은 이미 끝났고, 의료보험까지 적용되고 있다.
때문에 이번 행사는 조계종립의 학술과 의학을 다루는 두 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했다는 점 뿐만 아니라, 개인과 학회 등 개별단위로 이뤄졌던 불교의학 연구에 메이져급 기관들이 나섰다는데 의의가 있다.
한국불교가 1600년 전통을 자랑하지만, 그동안 불교학자와 의학전문가가 만나 체계적인 연구가 시도되지 못한 것도 이번 행사가 눈길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현갑 명예교수는 “명상과 의학은 마음과 몸을 측정해 비정상이란 것을 알아차려 원래의 온전한 상태로 되돌려 놓으려 한다는 점에서 같다”고 주장했다.
장 명예교수의 설명처럼 본래 부처인 자기 본성을 비추는 수행(명상)이나, 본래 건강한 신체를 회복하는 의학이나 본질은 같다.
1600여 년 한국불교에서 불교와 의학은 이미 오래 전 만났어야했다.
28일과 30일 동국대 불교학자와 동국대 의료원을 주축으로 한 의학전문가들의 만남에서 대의왕이 나툴 지 불자들의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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