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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생명, 평화의 길을 찾아 지난해 9월 4일 지리산을 떠난 오체투지순례단이 서울 조계사에 도착했습니다.”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 정종훈 신부 등이 이끄는 오체투지순례단이 5월 21일 서울 시청광장, 청계광장을 거쳐 조계사까지 순례했다.
가장 낮게, 또 가장 느리게 하루 3km씩 자벌레처럼 기어온 지 108일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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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과 같은 고난에도 진행된 오체투지 순례 앞에 내린 이날 봄비는 순례단 서울회향을 반기는 꽃비였다. 딱딱한 아스팔트길도, 더러워진 진흙길도 스스로를 참회하는 그 몸짓을 막을 순 없었다.
16일 남태령 서울입성부터, 20일 명동성당 미사, 21일 조계사 법회까지 진행된 서울 순례에는 불교환경연대, 정토회 등에서 참가한 1000여명의 선지식들이 함께했다.
오후 5시 경 조계사에 당도한 순례단은 불교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주최로 ‘사람, 생명, 평화를 위한 시국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시국법회에서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은 시국발언을 통해 “부처님은 석가족의 멸망을 막기 위해 땡볕 아래 계셔서 코살라국의 악왕을 되돌렸다”며 “세 성직자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우리 대신해 지도자를 깨우치기 위해 108일째 땅바닥에 몸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그 지도자는 감았던 눈을 뜨지 않고 막혔던 귀도 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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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언제 지도자가 눈을 뜰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세 성직자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서라도 순례단에 함께하자”고 독려했다.
전 조계종 교육원장 청화 스님은 시국법어로 “입장, 감정, 욕망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말을 대신해 세 성직자는 몸을 던지는 오체투지로 진실을 말하고 있다”며 “이들은 이 정부에 대해 두 손과 두 무릎, 이마로 묻는 ‘모든 것이 다 사라진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가’ 질문에 답해야 할 차례”라고 말했다.
이어 용산참사, 대운하 추진, 방송법 개악추진 등에 대한 참회와 생명 평화에 대한 다짐의 시간으로 진행됐다.
이날 시국법회는 저녁 6시 경 마무리됐다. 오체투지 순례단은 서울을 떠나 임진각 망배단을 향해 6월 6일까지 총 230km에 달하는 ‘참회의 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