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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교를 건넌다. ‘다리(橋)’ 하나를 건너 극락으로 간다. 대광보전 빛바랜 단청이 봄 햇살에 드러나고, 예불 준비하는 행자는 종종 걸음으로 법당에 든다. 비로자나불 손가락 끝에는 단단한 행자의 눈빛이 걸리고, 중생 닮은 석탑은 예불소리 맞춰 합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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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왔던 극락교를 다시 건너간다. 다시 극락이다. 몇 걸음도 안 되는 다리 하나가 시방(十方)을 모두 극락으로 만들고, 배고픈 청솔모 한 마리는 극락으로 내려와 고픈 배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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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 마당에 스님들이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한 스님은 다른 스님의 발끝을 보면서 웃고, 발끝을 밟힌 스님은 발끝의 시선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웃고, 뒷짐 진 스님은 법당 앞의 석탑처럼 홀로 남는다. 불어온 바람이 담장 위에 꽃씨를 뿌리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