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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는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송ㆍ요와 불전 교류를 활발히 하며, 대장경을 조판하는 등 동북아 불교문화를 이끌었다.”
10~12세기 동아시아불교사상에서 고려의 위치를 조명하는 학술대회에서 “고려가 동아시아 불교문화의 번영을 선도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불교학연구회(회장 본각)가 5월 9일 숙명여대에서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최병헌 명예교수(서울대)는 기조강연 ‘동아시아불교사상의 고려불교’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최 명예교수는 10~12세기 불교문화 교류의 주류를 찾는데 있어 대각국사 의천(1055~1101)의 불교문화 교류와 불전의 수집간행 등에 주목했다.
최병헌 명예교수는 “고려 문종의 넷째 아들인 의천 스님은 송에 가서 황제와 황태후를 비롯한 문무대신들을 만났고, 여러 사찰을 방문해 50여 종파의 고승들과 교류했다. 요와 일본과는 직접 교류는 안했으나 서신 등 간접적으로 교류했다”고 말했다.
의천 스님은 중국 일본과의 왕성한 교류를 바탕으로 불전 간행 예정 목록인 <신편제종교장총록>을 펴냈다.
최 명예교수는 “의천 스님이 고려에서 소장하고 간행한 불교전적들을 수출함으로써 송ㆍ요ㆍ일본 등 동아시아 불교의 매개자로 불교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최병헌 명예교수는 “송과 요 사이 불전 등 서적반출이 금지됐던 상황에서 전개된 의천 스님의 국제적인 활동은 한ㆍ중ㆍ일 삼국간의 불교교류의 중심축 역할을 한 것”이라 평가했다.
이어 그는 “오늘날 동아시아 불교권에 대한 연구가 한국 학자들이 소외된 채 일본 학자들 주도로 진행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며 “동아시아불교권 전체를 거시적으로 보고 고려불교를 이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