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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보호해야 할 환경부와 전통문화와 문화재를 보호해야 할 문광부가 전통사찰보존법의 빈틈을 타 사찰 인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통사찰인 옥천 대성사(전통사찰 58호, 주지 혜철)는 최근 인근에 추진 중인 환경부 연구소 건립문제로 발칵 뒤집혔다. 대웅전 35m 부근에 2층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환경부 산하 금강물환경연구소(소장 천세억)가 옥천군과 옥천읍 교동리 옥천군유지 1,488㎡ 에 연구소 이전 공사를 추진한 것이다.
대성사 주지 혜철 스님은 “5월 6일 대웅전 뒤편에 굉음이 수일 째 들려 가보니, 연구 건물의 콘크리트 기초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항의 차 방문한 옥천군청 건축과는 전통사찰이지만 전통사찰역사문화보존구역이 아니므로 건축법상 문제될 것이 없다더라”며 “문광부에 역사문화보존구역 지정을 문의하니 전통사찰심의위 심의와 주민공청회 등으로 지역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들었다. 500미터 땅 주인들이 ‘참 좋은 법’이라고 역사문화보존구역 지정에 동의를 해주겠는가”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충청북도 불교총연합회(회장 노현, 법주사 주지)는 5월 11일 청주 가화한정식에서 긴급모임을 갖고 대성사 수행환경 파괴에 대한 입장을 결의했다.
충북불교총연합은 “전통사찰은 승려들의 성스러운 수행공간이며, 역사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곳”이라고 강조하며, “옥천군은 금강물환경연구소에 군유지를 매각하며 전통사찰 보존구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와 대성사 주지와의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이어 △공사 즉각 중단 △훼손 산림 복구 △옥천군수 공식사과 등 요구사항이 이뤄지지 않을 시 총궐기 하겠다는 강력대응 의사도 밝혔다.
옥천불교사암연합회도 12일 긴급회의를 열어 충북불교연합지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작업현장을 방문해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 이어 오후 옥천군수를 방문해 결의사항 실천 등을 촉구했다.
대성사 경우처럼 전통사찰 인근에 공장 설립 및 각종 편의시설 건축 등 수행환경을 저해하는 난개발이 잇따르는 이유는 실질적인 수행환경을 보장해주는 전통사찰보존법 내 역사문화보존지역 지정이 힘들기 때문이다. 전통사찰 밖 500m 구역에 지정되는 역사문화보존지역 부지는 전통사찰심의위가 건축계획을 사전심의토록 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지자체장이 지정할 수 있지만 재산권 침해 등을 든 토지소유주와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하다. 지자체의 미지근한 입장으로 2005년 법 개정으로 역사문화보존지역이 신설된 후 지정사찰은 전무한 상황.
최근에는 이러한 법제도를 역이용한 지자체의 개발 사례가 발생했다.
문광부(장관 유인촌)는 지난해 12월부터 천년고찰인 서울 대성사(전통사찰 22-1호, 주지 법안)에서 불과 150m 떨어진 지점에 6344㎡에 달하는 예술의전당 공연연습장 건립을 추진해 불교계가 반발하고 있다.
대성사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사실보다 더 놀라운 점은 서울시청이 2007년 9월 13일 대성사가 보유한 목불좌상(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92호)을 이동가능한 동산문화재로 평가, 기존 보호구역이던 필지를 해제한 것이다. 문화재보호법(문화재 반경 500m내 건설공사 규제)을 피하기 위해서다. 현재 전통사찰이지만, 역사문화보존구역으로도 문화재보호구역으로도 보호받지 못하는 대성사는 말그대로 무방비다.
대성사 측은 “당시 서울시 많은 사찰 중 문화재 재평가는 대성사가 유일했다. 대성사 인근을 개발하기 위한 표적 변경”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기존에도 야외공연장으로 인해 교통난과 법회시 소음 등 수행환경이 침해당했다. 우면산 터널로 인해 지하주차장이 불가능해 공연연습장이 건설되면 사찰 피해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에 3월 27일 대성사와 서초사암연합회와 신도들, 중앙승가대 학인 스님 100여명은 구청에서 집회를 열고 공사현장에서 환경법회를 여는 등 반발했지만, 공사는 여전히 강행되고 있다.
서초사암연합회와 대성사 측은 5월 15일 문광부 앞에서 스님 100여명과 신도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항의집회를 열 예정이다.
환경부와 문광부, 지자체 등이 조직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에 사찰들을 법적으로 보호할 장치는 전무하다. 도심사찰 활성화와 지역환경 개발로 사찰 수행환경과 지역재산권 분쟁은 날로 증가하는 반면 불교계는 개별 사찰에서 대응하고 있다. 사찰 수행환경을 지키기 위한 종단차원의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