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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지극한 효심이 서린 세계 유일의 효 문화유적지를 보존하라.”
뒤주 속에서 죽어간 아버지 사도세자를 향한 정조대왕(1752~1800)의 효성은 남달랐다.
대왕은 사도세자를 위해 용주사를 중창했다. 직접 시묘하지 못함을 죄스러워하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부친 능(융릉)을 참배했고, 붕어해서도 건릉에 묻히기 전 시묘를 위해 융릉보다 낮은 곳에 첫 무덤을 정했다.
정조대왕의 효심의 상징이라 불리는 대왕의 첫 무덤 터는 2007년 융릉 남쪽 아래에서 확인됐다. 인근에서는 정자각 터와 재실(齋室, 묘제를 지내기 위해 지은 건물) 터가 잇따라 발견됐다.
하지만 대한주택공사가 융ㆍ건릉(사적 제206호)을 비롯한 용주사 일대에 대규모 주택단지(태안제3지구) 건설을 강행하면서, 정조대왕의 효심 어린 유적지들은 훼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대국민호소문’과 ‘대통령에게 올리는 상소문’이 발표되는 등 대한주택공사가 진행 중인 택지개발 계획을 폐지하고 효 문화유적지를 보존하라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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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용주사(주지 정호) 등 46개 단체로 구성된 정조효행유적지보존범국민연합(이하 범국민연합)은 5월 11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조효행유적지 보존 100만인 서명 동참 대국민 호소문’과 ‘대통령에 올리는 상소문’ 등을 발표했다.
범국민연합 민학기 고문변호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수원 화성도 융ㆍ건릉이 있어 세워졌을 만큼 융ㆍ건릉-용주사 일대의 문화유적으로서의 가치는 크다”며 “조선시대부터 해방후까지 능일대 10리가 왕실소유이며 국유지였다. 국가가 운영하는 한국주택공사는 당연한 의무를 실현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민 고문변호사는 “문화재청이 왕릉과 무관한 전문가로 사적분과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며 “(택지개발 강행에) 절차상 문제가 있는 만큼 원점에서 재논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수원 권선구 정미경 국회의원(한나라당)은 “경제적 비용을 고려해도 지금 (택지개발을) 포기하는 비용이 차후 (문화유적지가 훼손됨에 따라) 지불해야 할 금액보다 작다”며 “대한민국만이 갖고 있는 정조대왕의 효심을 우리 아이들과 후손들에게 물려주도록 효 문화유적지는 보존돼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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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국민연합은 대국민 호소문에서 “이명박 대통령후보의 대선공약이자 100대 국정주요과제로 채택됐던 효 문화유적지 보존이 주택공사의 기업이익 보호에 밀렸다”며 “금년 7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지정을 앞둔 융ㆍ건릉-용주사 일원이 아파트 건설공사로 무참히 파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범국민연합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구원할 유일한 가치가 효(孝)”라며 “모든 국민이 효행유적지 보존을 위한 서명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범국민연합은 △세계 유일의 효 문화유적지인 융ㆍ건릉-용주사 일원의 보존 △융ㆍ건릉-용주사 일대의 효 역사문화공원과 전통 효 문화마을 조성할 것 등을 촉구ㆍ결의했다.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융ㆍ건능봉향회 이흥철 고문이 낭독한 ‘대통령에게 올리는 상소문’에서는 “태안3지구는 정조대왕의 사도세자에 대한 지극한 효심이 베어 있는 능역”이라며 “태안3지구가 원래의 능력으로 회복돼 정조대왕의 효심을 기리는 효 문화 선양의 본산이 되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어 조계종 前 총무원장 월주 스님(지구촌공생회 대표)을 비롯해 박홍 신부(서강대 이사장),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당회장), 이만섭 前 국회의장 등이 고문으로 있는 한국효운동단체총연합회(대표회장 최성규)도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효운동단체총연합회는 “한국의 효는 ‘태권도’ ‘김치’ 등과 같은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브랜드”라며 “국가 차원의 정조대왕 효문화 유적 보존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호 스님은 “효 문화유적지 보존이 관철될 때까지 법이 허용하는 한 연속된 1인 시위를 펼치겠다. 인터넷 상소문 올리기, 효행선양운동 개최 등 융ㆍ건릉-용주사 일대의 보존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회장 성타, 불국사 주지)도 5월 6일 양산 통도사에서 열린 제4회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의에서 융ㆍ건릉 일원 정조 효행유적지 보존을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