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1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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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도 사람과 더불어 살아요"
[도반의 향기] 서천일 (주)레드천삼커뮤니케이션 대표




배추흰나비, 호랑나비가 노란빛 유채꽃밭 위를 훨훨 날아다닌다. 병아리들은 무리지어 어미닭 뒤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 번 쳐다보는 여유를 부리고 있다. 오리들은 연못가를 맴돌다 일없다는 듯이 물 위를 둥둥 떠다닌다. 토끼 한 마리는 넓은 유채꽃밭과 배추밭 사이를 오가며 연한 풀들을 뜯어먹기에 정신이 없다. 서울 도심에서 이런 목가적인 풍경을 만나게 된다면 그날은 고향에라도 온 듯 기쁘고 즐겁지 않을까 싶다. 시골의 목가적인 풍광을 서울 어린이회관 야외광장에서도 즐길 수 있다기에 그곳을 찾았다.


‘2009 서울 나비곤충축제’가 열리고 있는 능동 어린이 회관의 야외광장은 그야말로 어린이들을 위한 자연생태축제 마당이었다. 살아있는 나비와 곤충을 보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도록 ‘나비생태관’과 ‘곤충생태관’을 꾸며두었다. 그리고 행사장 주변을 유채꽃과 보리밭으로 조성했으며, 백 미터도 넘는 호박터널을 조성해 걸을 수 있게 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주)레드천삼커뮤니케이션 서천일 대표는 “함평군에서 나비,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오리, 유채, 호박, 보리 등을 비롯해 기술적인 노하우와 콘텐츠까지도 지원해주었다”면서 이곳을 가리켜 “축소된 함평 나비 축제”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나비생태관’에 들어가자, 후덥지근한 공기가 와 닿는다. 나비는 섭씨 30도가 넘어야 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조금 덥게 해놓을 수밖에 없단다. 나비를 쫓아다니는 아이, 자줏빛 엉겅퀴 꽃에 사뿐히 내려앉은 나비를 지켜보는 아이, 나비의 애벌레를 관찰하는 아이 등 그곳에는 아이들의 환한 웃음으로 가득했다. 서천일 대표는 ‘나비생태관’의 활기찬 풍경을 보면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컴퓨터 앞이 아니라 이러한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것”이라며 “그런데 어른들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게 하고, 인공의 숲속에 가두어버렸으니 아이들은 얼마나 답답하겠냐”고 한다.

“함평 나비축제를 서울 도심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어요. 지하철을 타고 나비 축제를 볼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전에는 자연생태 관람 및 나비 곤충 체험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을 벗어나 멀리 지방까지 가야 접할 수가 있었는데 시간과 경비가 너무 많이 들어요. ‘서울 나비곤충축제’는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나비축제’로 유명한 함평이 고향인 서천일 대표는 어릴 때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면서 느꼈던 즐거움과 행복감을 도심의 아이들에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서 마련한 장이란다.

“여러 지방에서 열리고 있는 다양한 생태축제는 어른 중심의 축제이기에 막상 아이들이 가도 공부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요. 이번 행사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체험하고 배워갈 수 있을 겁니다. ‘곤충생태관’에는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 등의 애벌레를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해놓았어요. 그리고 다양한 농작물의 재배과정을 한눈에 관찰할 수 있는 ‘친환경농업관’을 마련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호기심이 강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직접 만져보고 싶어 해요.”


서천일 대표는 아이들의 호기심 충족을 위해서 네다섯 개의 관을 완전 개방하여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나비생태관’에는 살아있는 나비가 날아다니고, 알에서 애벌레가 되고 애벌레에서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에서 성충이 돼가는 나비의 일대기를 직접 관찰하면서 나비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토존을 설치해뒀다. 또 ‘곤충생태관’에 들어가면 야생초 사이로 메뚜기들이 뛰어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도 곤충의 일대기를 공부할 수 있으며, 수서곤충과 다양한 풀벌레들의 생생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부처님은 숲에서 태어나 숲에서 열반하셨습니다. 그래서 불교는 자연의 종교라 할 수 있어요.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임을 망각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대도시 사람들은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등 인공적인 환경에서 살다보니 자연과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요. 짧은 시간동안이라도 자연을 접하고 나비와 곤충들도 이 지구상에서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아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9 서울 나비곤충축제’는 아이들을 위한 축제이기도 하지만, 어른들도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단다.


‘나비 곤충 모형 만들기’ ‘황토천연염색’ ‘보리피리 만들어 불어보기’ ‘달걀꾸러미 만들기’ ‘맷돌 돌리기’ ‘방아 찧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해 둔 터이다.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볼 수 있는 동심의 시간이 될 것이다.

서천일 대표는 어릴 때부터 불공드리러 가는 어머니 손을 잡고 절집을 드나들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불교사상에 젖어들 수 있었다. 이런 인연으로 중고등학교 때는 ‘불교학생회’에 가입해 활동했다.

“불교를 통해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의해서 살려지고 있는 것이며, 인드라망의 그물처럼 서로가 연결돼 있음을 배웠다”는 서 대표는 “자연과 인간 또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우주의 중심이 인간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우린 자연 앞에서 오만을 버리고 겸허함을 배워야 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이 세상에 내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내 것이라 하는 것도 알고 보면 잠시 동안 맡아있을 뿐입니다. ‘나’라는 생명체 자체가 유한한데, 내 것이라 욕심 부리는 것이 어리석음이라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세상일에 부딪혀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걱정과 티가 없이 편안한 것, 이것을 더없는 행복”이라 했는데, 서천일 대표는 날마다 자연과 더불어 ‘더없는 행복’을 누리면서 살고 있지 않나 싶다.
글ㆍ사진=문윤정(수필가ㆍ본지 논설위원) |
2009-05-09 오전 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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