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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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줄기세포 연구 승인으로 본 불교계 과제
안락사 등 생명윤리문제에 대한 종교적ㆍ학술적 의견 내야



황우석 박사의 연구승인을 촉구하는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스님들. 현대불교 자료사진.

4월 30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위원장 노재경)가 차병원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계획을 승인하면서 줄기세포연구에 세간의 관심이 다시 모아지고 있다. 한국에서 황우석 박사의 연구팀이 연구가 묶여있던 3년 새, 황 박사만의 일명 ‘젓가락 기술’로 불리던 줄기세포 연구는 세계적인 생명공학 연구 트렌드가 됐다.

중단됐던 체세포복제 방식의 줄기세포 연구가 재개되면서, 사회 각계에서는 윤리적, 합리적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해 생명윤리 문제를 제기하면서 가톨릭은 성체세포 연구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불교계는 아직 관련연구에 대한 관점을 정리하지 못했고 안락사를 비롯한 생명윤리문제에 대한 통일된 종교적ㆍ학술적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복제된 배아는 생명 △복제된 배아가 생명체이나 난치병 치료 등에 한해 사용가능 △특정 기준 이전 배아는 세포로 이용가능 등으로, 불교계 의견은 아직 모아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2004년~2005년 조계종 총무원은 ‘불교생명윤리 정립을 위한 연구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분과별 연구를 실시했다. 당시 불교생명윤리 연구위원회는 2005년 12월 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현대사회와 불교생명윤리’라는 주제로 공개 심포지엄을 열고 연구성과를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생명조작분과위원으로 연구를 진행한 미산 스님(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과 우희종 교수(서울대 수의학과), 허남결 교수(동국대 윤리문화학과) 3명은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불교생명윤리에 어긋난다’고 도출했으나, 기타 반대의견으로 유보 입장을 취했다.

당시 미산 스님은 “성급하게 배아가 생명체다 혹은 생명체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때 중간은 볼 수 있지만 끝은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고 유보하며, “생명과학 연구추이를 주시해 타당성있는 교학적 해석이 도출될 때까지 연구와 논의가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개의 보고서를 발간한 연구위원회 활동이 종료된 후 학계에서는 각종 세미나 등이 진행됐지만, 종단 내에서는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입장이 유보상태였다. 2008년 황우석 박사 지지모임이 보건복지부에 연구재개 승인을 요청 할 당시 교구본사 주지일동 명의로 지지성명을 발표하고, 지지현수막을 게재한 것이 유일한 의사개진이었다.

이에 비해 가톨릭은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는 순간을 생명으로 보기 때문에 배아복제 연구 자체를 생명 파괴로 보는 입장을 견지하고 적극적인 반대행동에 나서고 있다. 2005년 설치된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이번 배아줄기세포 연구 승인에 대해 “생명체인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생명체 파괴를 전제한 것인 만큼 철회돼야 한다”며 “가톨릭 교회는 앞으로 배아줄기세포연구의 비윤리성을 알리고, 입법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 것”이라고 공식반대운동을 벌일 것을 밝혔다.

생명윤리심의위가 연구를 허가 한 것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마냥 묶어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차병원 연구팀책임자인 정형민 박사가 임신과 출산이 이뤄져 더 이상 필요가 없는 냉동 잉여난자에 대해 환자의 동의를 받아 연구에 사용할 계획을 밝혀 윤리적 논쟁을 어느 정도 피한 부분도 있지만, 미국이 오바마 대통령 부임 이후 줄기세포 연구에 국가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전세계가 연구경쟁에 나선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황우석 사건으로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연구가 중단돼 있는 동안 선진국들은 발 빠르게 움직여왔다. 미국은 작년 말 세계 최초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개발한 척수손상 치료제의 임상허가를 받았고, 실명(失明) 치료제와 당뇨병 치료제도 임상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일본도 지난해 교토(京都)대 연구팀이 배아가 필요 없는 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들어 특허까지 받았다.

국내 연구재개로 인해 이제 곧 한국에도 관련기술과 상품이 등장해 사회변화에 따른 불교계 입장 정리와 윤리적 대안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대 우희종 교수는 “불임부부의 수태에 사용하고 남아 법적으로 폐기될 자녀난자를 제공자의 동의하에 사용하기에 현재 윤리수준이나 과학적 입장으로 볼 때 크게 문제점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다만 이번 기회에 생명과 생명윤리에 대한 불교계의 확고한 입장정리의 장이 열린다면 바람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 뿐만 아니라 대다수 불교계 학자들은 불교계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교계 중지를 모으기 우해서는 교리를 통한 이론무장과 홍보, 실천행을 통한 합의과정은 필수. 교계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에 한 목소리를 내 불자 자존과 위상을 되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덕현 기자 | Dhavala@buddhapia.com
2009-04-30 오후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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