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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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정도의 삶을 사는 사람들] '보시제일' 자행회 박명혜 회장
"인생은 무통장 계좌와 같은 것"



장애인 재활 돕는 단체 이끌며 30여 년 동안 전국 불사를 도운 자행회 박명혜 회장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니 운명이다 싶습니다. 사찰을 찾으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이곳은 이렇게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자행회 박명혜 회장(74)은 30여 년 동안 전국의 크고 작은 사찰과 비구니 회관, 병원, 학교 등의 불사를 도운 원력보살이다.
자행회는 자혜학교, 수봉재활원, 자혜직업재활센터 등 산하기관을 둔 심신 장애인 재활을 돕는 단체다.

박 회장의 불사보시는 생활 자체가 보시행 이었기에 가능했다.
학창시절, 기독교계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녔던 박명혜 회장은 결혼 후 친구의 손에 이끌려 삼각산 승가사에 찾았다. 우연히 찾은 사찰에서 편안함을 느낀 박 회장은 집안의 평안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불교에 귀의까지 하게 됐다. 이후 승가사와 선학원 새벽예불을 하루도 안 빠지고 다니며 불심을 키웠다. 승가사 대의(大義) 스님으로부터 대도심(大道心)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절하는 법 등 기도와 수행법을 배우기 시작한 것도 이 때였다.

이후 박 회장은 기도정진에 박차를 가했다. 강화 보문사에서 3000배 기도 정진을 하던 날, 칠보가 가득한 파란 상자를 받는 꿈을 꿨다. 당시 주지였던 성수 스님에게 꿈 이야기를 하자 스님은 ‘보문회’라는 이름으로 신도회를 구성할 것을 조언했다. 1979년 여성신도회 보문회는 그렇게 탄생했다. 당시 서울 승가사에서 신행활동을 하던 50여 보살들로 구성됐던 보문회는 현재 200여 회원으로 성장했다.

박명혜 회장은 보문회 창립회장으로 30여 년을 속초 낙산사, 원주 구룡사, 평창 월정사, 강화 보문사 등 전국 사찰에 탑, 괘불, 석등, 종 등을 불사했다. 전국비구니회관ㆍ중앙승가대 건립은 물론 운문사 비구니 스님들의 의료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역경ㆍ장애인지원ㆍ장학사업 등 남을 돕는 일이라면 나서지 않은 분야가 없다.

불사마다 앞장서 리더십을 보인 박 회장에게 탄허 스님은 “이런 것이 바로 비용이 들지 않는 불비(不費)보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명혜 회장은 “다른 회원들과 함께 금강경 독송 및 사경ㆍ기도 등에 개근한 회원과 보문회원들을 위해 정성들여 대중공양을 준비해 왔을 뿐인데 지원금이 알아서 모이고 일이 ‘척척’ 진행 됐을 뿐”이라고 회상했다.
“여럿이 함께 불사보시를 신바람 나게 ‘참 재미나게’ 했어요.”

박 회장은 “30여 년 숨 쉬듯 자연스레 돕다보니 무언가를 바라는 기도에서 나를 찾아가는 공부로, 모든 것은 다 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박명혜 회장은 보문회 활동 중 1985년 故 이방자 여사와 인연을 맺어 자행회 이사로 활동, 2005년에는 회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그는 자혜학교 등 자행회 부설기관의 시설정비를 돕고 원우들의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박 회장은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기도를 하며, 그들을 돕고 있다. 평생 부모가 없어도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원”이라며 오늘도 타인을 위한 보시행을 쉬지 않고 있다.

박명혜 회장은 “살면서 선업ㆍ악업을 짓는 것은 은행의 무통장계좌에 찍히는 것과 같다. 만일 통장계좌의 잔고를 볼 수 있어 100만원이 있는 것을 확인하면 ‘아껴써야겠다’ ‘저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무통장이니까 안보입니다. 그러니 내가 얼만큼 선ㆍ악업을 지었는지 알 수가 없으니 그냥 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탄허 스님은 ‘허공이 무서운 줄 알아라’고 말했습니다. 세상에는 비밀이 없어요. 한 치의 에누리도 없다는 겁니다. 자기가 한일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그러니 남을 안 도울 수 있나요?”
이나은 기자 | bohyung@buddhapia.com
2009-04-27 오전 11: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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