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 만공의 선풍과 법맥｜ 불학연구소 편저｜조계종출판사|1만2000원

‘생사의 바다에 얼마나 많은 세월을 물거품으로 살았던고, 홀연히 깨닫고 보니 내 몸은 불속의 연꽃인 것을!’

근대 선종의 중흥조로 일컬어지는 경허(鏡虛, 1849~1912) 스님의 선시다. 미혹의 세계에서 우리는 망망한 바다에 떠도는 작은 물거품에 지나지 않지만 깨닫고 보면 불속에서도 타지 않는 연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는 법문이다.

한말의 격동기속에서 한국불교의 수행풍토를 일신하고 간화선 중흥의 초석을 다진 경허 스님과 그의 제자 만공(滿空, 1871~1946) 스님. 경허 스님은 수선결사(修禪結社)를 조직, 영호남 일대에 간화선풍을 크게 드날렸으며, 만공 스님은 스승의 법을 이어 선학원 설립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며 한국 선종 발전의 토대를 일구었다. 그러나 두 선사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지 못해 그 평가와 위상이 올바르게 확립되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

이런 가운데 경허-만공 선사의 생애와 선사상을 조명한 책이 나와 관심을 모은다.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소장 현종)가 펴낸 <경허 만공의 선풍과 법맥>(조계종출판사)은 두 선사의 문손들이 정진하는 덕숭총림 수덕사(주지 옹산)와 불학연구소가 공동으로 두 선사의 사상과 구도열을 종합적으로 연구해 이 시대의 귀감으로 삼기위해 기획됐다. 지난 해 4월 25일 개최한 학술세미나에서 발표된 논문을 수정 보완해 반듯한 단행본으로 만들었다.

덕숭총림 수좌 설정 스님은 이 책에서 “경허 선사야말로 시비, 염정(染淨 더러움과 깨끗함), 생사, 승속이 다 끊어진 절대 무위진인(無位眞人)으로서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머무는 곳마다 주인으로 서면 거기가 바로 깨달음의 세상이다)’의 그 당체였다”면서 “두 분 고승의 진면목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