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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총림 수십 년 사자후는 극심난해(極深難解)한 공안(公案 화두)이지만 정안종사(正眼宗師)의 투철한 법문을 인증(引證)하여 들려주시고자 함이니, 이는 고불고조(古佛古祖)의 참 선지(禪旨)를 보이고자 하는 노심초사의 결과임을 어찌 모르겠나이까? 그래도 노사께 또 묻습니다. 어떤 것이 본지풍광입니까?’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이 최근 나온 성철(性澈, 1912∼1993) 스님의 선어록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 2>(장경각)에 쓴 헌사(獻辭) 가운데 한 부분이다. 여기서 법전 스님이 스승 성철 스님에게 던진 ‘어떤 것이 본지풍광입니까?’하는 질문은 또 하나의 화두가 되어 우리 폐부(肺腑)를 찌른다. 본지풍광(本地風光)이란 바로, 모든 구도자들이 목마르게 찾는 ‘알 수 없는 그것’, ‘때묻지 않은 심성’이자 ‘부모로부터 태어나기 이전 본래의 얼굴(本來面目)’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 2>는 이러한 본지풍광, 즉 본래면목을 찾는 구도자들에게 던지는 우리 시대의 공안집이다. 성철 스님의 법문집 <본지풍광>이 27년 만에 해설판으로 새롭게 출간된 것이다. 이 책은 한문투의 <본지풍광>을 현대어로 풀어 썼을뿐만 아니라 그 책에 실리지 않고 녹음 상태로 남아 있던 법문을 상좌인 원택 스님(백련암 감원)이 녹취 정리해 읽기 쉽도록 정리했다. 성철 스님이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취임한 1967년 이후 1982년까지 결제일이나 해제일에 행했던 법문을 바로 앞에서 듣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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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다양한 56칙의 전통 공안과 스님의 독자적인 안목을 곁들인 화두 해설을 통해 ‘본래 구원된 자기’, ‘때묻지 않은 자기’를 바로 보라는 사자후가 일관되게 흐른다. 그 날의 법문에서 전달할 핵심내용인 ‘수시(垂示 자비심으로 드러내 보임)’, 스님이 제기한 선문의 화두인 ‘본칙(本則 근본 공안)’, 본칙에 대한 조사들의 법문인 ‘염(拈)’, 본칙에 대한 옛 선사들의 게송인 ‘송(頌)’, 본칙과 염과 송에 대한 스님의 간단한 평인 ‘착어(著語)’ 등이 긴밀한 구조로 이어진다. 스님은 옛 공안을 제기하고 여기에 다시 겹겹의 화두를 내놓으면서 수좌들의 공부를 점검하고 있기에, ‘현대판 벽암록’이라고 불릴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