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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
그런데 무엇으로 죽이지? 남전(南泉) 선사가 고양이를 베어 죽인 일화(南泉斬猫)는 고양이 한 마리를 놓고 서로 다투는 스님들을 계도하는 극약처방으로 오늘날까지도 회자된다. 남전 선사가 죽인 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다투는 수행자들의 집착하는 마음이었다는 것도 상식이 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죽이는 일은 쉽지 않다.
숭산 스님(1927~2004)은 우리에게 부처와 조사를 죽이는 칼을 남겨 주었다. ‘오직 모를 뿐’과 ‘오직 할 뿐’ 쌍칼이다. 이미 깨우쳐 있는 존재, 이미 그대로 완벽한 부처인 자신을 모르고 온갖 것에 집착하여 중생심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철저하게 깨달으라는 가르침이다. 밥 먹을 땐 밥 먹는 일에, 소변볼 땐 소변보는 일에만 몰두 하는 것이 화두의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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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산 스님의 친절한 가르침의 육성이 미국인 제자 현각 스님에 의해 <부처를 쏴라>로 찾아 왔다. 현각 스님이 하버드에서 종교학을 공부 하다가 숭산 스님의 가르침에 매료되어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듯이 스승의 가르침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기록한 생생한 사자후들이 담겼다. 1982년 숭산 스님이 우리 국민을 사랑하는 자비심으로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냈던 편지글 전문도 소개돼 세간의 화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