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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심심찮게 소개되는 묵언마을. 그곳은 세상살이에서 받은 상처가 깊을 대로 깊은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하다가 ‘그래도 한 번’하는 심정으로 찾는 곳이다. 묵언마을이 조명을 받는 것은 종교시설로는 유일하게 ‘자살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얘기를 들어 줍니다. 여길 찾아오는 사람들은 스스로 더 이상의 고통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기에 하염없이 속에 있는 것을 털어 놓게 합니다. 그들은 누구하나 자신의 얘기에 귀 기울여 주지 않는 외로움에도 지쳐버린 상태니까요. 그렇게 속을 털어 내고 난 뒤에는 묵언을 하게 합니다. 보통 3일을 하게 하는데, 묵언은 끝없는 자신과의 대화이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게 하는 시간입니다. 묵언을 하면서 뭐든지 좋으니 글을 쓰라고 합니다. 떠오르는 생각 모두를 손으로 쓰면서 자신과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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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다가 자살을 막을 수 있는 길을 찾고자 출가 하여 ‘묵언마을’을 설립한 지개야 스님. 스님이 최근 펴낸 <묵언마을의 차 한 잔(에이엠 텐, 1만원)>에 실린 24편의 글들은 하나같이 막막하고 비통한 제목을 달고 있다. ‘남이 부러워 한 결혼, 불행의 시작 이었어요’ ‘장애 있는 아들과 함께 죽어야 할까요’ 등등. 그만큼 사는 것이 절박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무리 큰 고통을 안고 온 사람이라도 지개야 스님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묵언하게 하고 글을 쓰게 하는 것 이상의 방편을 쓰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에 스스로 답을 찾게 되거든요. 원인도 결과도 항상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모르기에 분노하고 슬퍼하고 죽음을 생각하는 겁니다. ‘자살’을 ‘살자’로 바꾸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필요한 무외시(無畏施)입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동기는 대개 돈, 명예, 사랑, 배신, 자존심 등을 키워드로 한다. 묵언마을에서는 바로 이들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돈이 생명보다 중요한가? 자존심이 나를 죽인 뒤에도 남아 있을 수 있는가? 자살을 하면 남은 가족에게 따라 붙은 꼬리표는 어찌 할 것인가? 내면 깊은 곳에 이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이다.
“지금의 불행은 미래의 행복에 대한 약속입니다. 또 지금 행복할지라도 조만간 불행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불행과 행복은 한 몸이라는 것을 알면 두려울 것도 억울할 것도 없고 죽어야 할 이유도 없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끝이라 생각하지만 또 다른 시작이란 것을 알아야 합니다. 묵언마을은 그것을 일깨워 주는 곳입니다.”
<묵언마을의 차 한 잔>은 묵언마을에서 ‘자살’을 ‘살자’로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를 묶은 것이다.
“이렇게 어려웠던 사람들도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었는데 지금 당신의 어려움은 어느 정도냐? 자살을 하려거든 3일만 묵언해 봐라 하는 뜻에서 여러 사연들을 소개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