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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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없는 문’ 들어가는 길은 어디?
광덕 스님이 번역한 ‘무문관’… 간결한 해설로 ‘禪味’ 극대화



광덕 스님
5조 홍인 선사로부터 의발(衣鉢)을 받은 날 밤, 6조 혜능 선사는 인연 있는 땅을 찾아 남으로 떠난다. 다음날 혜능이 달마이래로 이어져 온 법을 받아 떠난 것을 안 대중들은 혜능을 추격한다. 그 추격의 맨 앞에 선 사람은 명(明) 상좌. 대유령에서 추격을 당한 혜능 선사가 명 상좌에게 한 법문이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마라”이다. 이 법문 아래 명 상좌는 깨우쳤고 혜능의 제자가 되었다. 하나의 공안(公案)이 형성되는 순간이다.

‘불사선 불사악(不思善不思惡).’
이 화두를 두고 무문혜개(無門慧開, 1183~1260) 선사는 “육조는 가히 급한 곳에 손을 썼고 또한 노파심이 간절하다. 마치 신선한 여지(支)의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를 내어 입에 넣어주어 다만 삼키게만 한 것 같구나”라고 평했다. 또 “그릴 수도 없고 그림도 안 되고/ 찬양으로도 못 미치니 부질없는 고생은 그만두어라/ 본래면목은 감출 곳이 없으니/ 세계가 허물어질 때도 저는 변치 않는다”고 송을 붙였다.

1700 공안. 간화선의 화두는 많기도 하다. 그러나 그 많은 화두가 모두 둘이 아니라 하나다. 수행자의 근기와 인연에 따라 계합 하는 것이 다를 수 있어 번잡스럽게 1700가지나 되는 화두가 나온 것이다.

무문관/광덕 스님 역주/불광출판사/ 1만2000원
무문 혜개 선사가 이 많은 화두 가운데서 후학을 지도하기 위해 자주 써 먹은 화두 48가지를 묶어 놓고 그 이름을 ‘무문관(無門關)’이라 했다. 깨달음에 이르는 ‘문 없는 문’을 가는 도리를 밝혔다는 것이다. 책의 구조는 공안의 예를 제시하고 거기에 평을 하고 송을 붙이는 형식이다.

<무문관>은 송(宋)나라 중기 이후 선사들에게 애독서가 됐다. 어록의 반열에서 빠지지 않는 <무문관>의 힘은 무엇일까? 무문 혜개 선사의 친절한 해설과 활달하게 펼쳐 보이는 지침의 힘일 것이다.

‘불광법회’를 꾸려 도심포교와 역경불사를 주도했던 광덕 스님이 번역한 <무문관>의 생명도 친절함에 있다. 번잡스럽거나 지나치게 뻥튀기된 느낌의 용어들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 시대의 언어로 1000년 중국 선사의 어감을 살려 놓은 솜씨는 중생에 대한 깊은 자비심이 아니고는 불가능할 것이다. 원 작자인 무문혜개의 낙처를 포장하지 않고 보여주려는 것이 광덕 스님의 번역 제1원칙이었다면, 독자는 ‘문 없는 문’을 들어가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 <무문관>을 읽는 제1원칙이 아닐까? (불광출판사 1만2000원)
임연태 기자 | mian1@hanmail.net
2009-04-10 오후 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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