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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선 불사악(不思善不思惡).’
이 화두를 두고 무문혜개(無門慧開, 1183~1260) 선사는 “육조는 가히 급한 곳에 손을 썼고 또한 노파심이 간절하다. 마치 신선한 여지(支)의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를 내어 입에 넣어주어 다만 삼키게만 한 것 같구나”라고 평했다. 또 “그릴 수도 없고 그림도 안 되고/ 찬양으로도 못 미치니 부질없는 고생은 그만두어라/ 본래면목은 감출 곳이 없으니/ 세계가 허물어질 때도 저는 변치 않는다”고 송을 붙였다.
1700 공안. 간화선의 화두는 많기도 하다. 그러나 그 많은 화두가 모두 둘이 아니라 하나다. 수행자의 근기와 인연에 따라 계합 하는 것이 다를 수 있어 번잡스럽게 1700가지나 되는 화두가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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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문관>은 송(宋)나라 중기 이후 선사들에게 애독서가 됐다. 어록의 반열에서 빠지지 않는 <무문관>의 힘은 무엇일까? 무문 혜개 선사의 친절한 해설과 활달하게 펼쳐 보이는 지침의 힘일 것이다.
‘불광법회’를 꾸려 도심포교와 역경불사를 주도했던 광덕 스님이 번역한 <무문관>의 생명도 친절함에 있다. 번잡스럽거나 지나치게 뻥튀기된 느낌의 용어들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 시대의 언어로 1000년 중국 선사의 어감을 살려 놓은 솜씨는 중생에 대한 깊은 자비심이 아니고는 불가능할 것이다. 원 작자인 무문혜개의 낙처를 포장하지 않고 보여주려는 것이 광덕 스님의 번역 제1원칙이었다면, 독자는 ‘문 없는 문’을 들어가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 <무문관>을 읽는 제1원칙이 아닐까? (불광출판사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