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장적 스님.

“정부의 국립공원 정책은 행정편의적인 규제와 개발논리에 빠져있다. 사찰 소유지를 임차한 주민의 민원해소를 명분 삼아 케이블카 건설 등 생태관광을 추진 중인 현 정부의 수행환경 파괴책동은 중단돼야한다.”

정부의 국립공원 정책에 대해 국립공원제대개선추진위원회 등을 운영해 온 조계종이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각오로 맞설 뜻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장적 스님은 4월 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교계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환경부가 추진 중인 자연공원법 개악 중단 및 국립공원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장적 스님은 “봉축을 앞두고 있으나, 환경부가 추진 중인 국립공원 관련법은 종단 미래 정체성을 담보할 중요한 사안”이라며 “10년마다 있는 국립공원 구역 재조정으로 사찰 피해와 폐해가 30여 년 이어지며 삼보정재의 소유ㆍ관리권을 침해해왔다”고 강조했다.

국립공원 내 조계종 소유 토지는 8.8%다. 이는 해상 국립공원을 합친 통계로 육상 국립공원에서 조계종 토지 비율은 훨씬 높다. 금액으로는 문화재청 임대료 기준 1690억원 상당이다.

스님은 “국립공원 구역 중 경관가치가 뛰어나거나 탐방객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의 80~90%는 조계종 소유 토지”라고 설명했다.

국립공원에 대한 조계종의 입장은 단호하다. 한국불교가 1700여 년 동안 국립공원 주요 지역을 소유하고 가꿔왔고, 근래 국립공원지역에 편입되며 수행ㆍ문화환경을 개방했으나 정부가 이를 악용해 왔다는 것.

장적 스님은 “정부가 사찰 경내지를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에 편입ㆍ관리해왔다. 사찰의 관리권은 부정하면서도 국보, 보물 등 문화재 보존ㆍ관리에 관한 책임은 사찰에 떠맡겨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조계종은 국립공원 소유 경내지의 자주권 확보와 문화재의 합리적인 보존과 관리를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조계종은 정부에 △천년고찰에 대한 자연공원법, 문화재보호법, 건축법 등으로 삼중, 사중 규제의 일원화 △국립공원구역 조정 및 자연공원제도 개선 과정에의 불교계 참여 △사유지의 제외 등을 골자로 한 국립공원 정책의 전면 재검토 △문화재 보유 사찰 경내지가 다수인 것을 감안한 관할부처 조정 △케이블카 건설 등 생태관광 사업 중단 및 자연공원법 전면 개정 등을 촉구했다.

장적 스님은 “대정부 요구사항 공문 발송을 시작으로 청와대 국무총리 국회 등 관련부처와 면담에 나서는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활동에 나설 것”이라며 “필요시 위헌법률심판절차도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