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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생명들은 숨을 쉰다.
<장자> 대종사편에 ‘진인은 발뒤꿈치로 숨을 쉬고, 범부는 목구멍으로 숨을 쉰다(眞人之息以踵 衆人之息以喉)’고 했다.
‘발뒤꿈치로 숨을 쉰다’ 함은 참사람(眞人, 부처)이 한 호흡마다 발뒤꿈치까지 온몸의 구석구석에 고루 퍼지는 것을 ‘자각(自覺)’하고 있음을 표현한 말이다.
참사람이나 범부나 한숨 들이켰을 때 허파꽈리가 부풀며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주고받는다. 들숨과 날숨하는 모양새는 똑같다.
범부는 관심이 남과 밖으로 쏠린 탓에 자신의 호흡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있어도 목구멍에 이따금 차고 더운 공기가 오고감만을 느낄 뿐이다. 숨이 들고 나는 ‘때’를 모른다.
호흡하는 순간순간마다 항시 깨어 숨이 들고 나는 ‘때’를 바로 아는 참사람은 일상의 모든 것에도 깨어있다.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라 했다. 하나의 깨친 도리는 만법을 꿰뚫기에 자신이 물어날 때도 알기 마련이다.
2007년 10월, 신정아 사건 등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던 동국대 이사장 영배 스님은 “검찰조사를 통해 혐의가 없어진 뒤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 유죄확정 판결 때 까지도 거취를 미룬 스님은 3월 13일 ‘종도와 학교 구성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사장직 사퇴 불가의 뜻을 발표했다.
사퇴불가 사유에 대해 영배 스님은 “학교운영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발목 잡는 세력들로 인해, 동국대가 종단의 이해다툼에 다시 휩싸일 지경이 됐다”는 으름장도 있었다.
영배 스님의 이 같은 태도에 혹자는 “부적절하게 나랏돈 받은 것이 이사장직을 물러날 사유는 되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도 지난해 약속했던 3월말 사퇴를 번복했다.
스님은 3월 31일 태고종 중앙종회에서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기회를 달라”며 사퇴의사를 철회했다. 스님도 “(3월말 사퇴) 약속을 지킨다는 명분만으로 종단에 누를 끼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두 스님 모두 수행자보다는 학교와 종단을 위해 희생한다는 ‘순교자’의 길을 택했다.
기자는 두 큰스님이 공인으로서 식언과 허언은 했을지언정 ‘때’를 모르는 철부지일리는 없다고 믿고 기다리고 싶다.
스스로 말한 ‘때’를 번복하며 자리를 지킨 두 스님의 진의는 그 ‘때’가 되면 알 수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