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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륵 찌르륵”, “부우웅”
하늘을 노니는 새소리와 지축을 울리는 차 소리가 귓가에 끊임없이 울린다. 돌 냄새, 또는 아스팔트 냄새, 자연이 만든, 그리고 인간이 만든 냄새가 코 끝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오체투지는 서있을 때와 또 다른 세계를 선사한다. 다섯 걸음을 걷고 온몸을 낮춰 대지의 오감을 느끼는 순간은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이지 않는 자기성찰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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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는 이러한 길을 지리산 하악단부터 거쳐왔다. 지난해 9월 4일부터 54일동안 자연과 호흡한 길은 170km에 이른다.
신록이 움트는 3월 28일, 겨우내 세상과 소통한 오체투지 순례단이 계룡산 중악단 천고제를 시작으로 묘향산 상악단까지의 순례를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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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에 이른 양기와 차오르는 음기가 조화를 이루는 미시(未時), 중악단에는 오체투지 동참을 위해 선남자, 선여자 500여 명이 모여들었다.
‘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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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나팔 소리와 대고 소리가 계룡산을 울리는 가운데, ‘사람ㆍ생명ㆍ평화’를 상징하는 삼색기를 든 무희가 비나리를 시작했다. 정화수와 소나무 가지를 든 무희가 부정을 씻는 정화의식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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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대를 앞세운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 전종훈 신부는 각각 다례상과 향로, 정안수를 받쳐 들고 중악단에 들었다. 세 성직자는 천지신에게 정성스럽게 삼배를 올리며 순례를 고했다. 박남준 시인이 낭독한 고천문을 세 성직자는 불태우며, 오체투지로 다시금 예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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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숭총림 수덕사 수좌 설정 스님은 “물질가치가 우선시되고, 정신가치가 소외받는 현대사회에 세 성직자들이 다시금 오체투지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며 “참사람, 참생명, 참평화를 외치는 이들의 정신이 널리 퍼지길 기원한다”고 격려했다.
500여 참가자가 서로 오체투지하며 천고제를 마친 순례단은 이날 공주 계룡면 양화리까지 2㎞ 가량을 순례했다. 엄마손을 잡고나온 아이도, 노인도, 수녀님도, 심지어 취재기자도 한데 어우러져 오체투지로 자신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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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하는 짓꺼리”라며 혀를 차는 행인부터, 자신이 농사지은 딸기를 보시하는 아낙네까지 순례단을 보는 시선은 많다. 하지만 잠시 쉬는 수경 스님도, 순례단 어느 누구도 말없는 묵언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묵묵히 생명평화를 외칠 뿐이다.
이날 2km를 시작으로 순례단은 74일간 230㎞의 대장정을 마치 자벌레처럼 나아갈 것이다. 스스로 몸을 낮추며 조금씩 전진해 6월 9일 임진각에서 화려한 날개를 필 때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