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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들이 나를 바라보고 웃을 때 나는 행복해 가슴이 뛴다. 어느 한 사람이라도 눈물을 흘리면 그와 함께 펑펑 울게 된다. 내가 또 한번 10보 1배 순례를 떠나 누군가 감동한다면 내 몸이 찢어져도 주저하지 않고 떠나겠다.”
2009년 1월 1일 부산 불광사(주지 보광)에서 5대 적멸보궁을 10보 1배 기도로 순례하기 위해 홀연히 떠났던 보광 스님이 3월 16일 기도를 마치고 돌아왔다. 이전보다 더 맑은 얼굴, 한 걸음 한 걸음 더 위엄있어졌다. 스님은 어려운 때일수록 희망을 잃지 않길 바라는 중생의 서원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빈손으로 떠났던 지독한 보살이다.
75일간 총 674km 겨울의 한가운데 멀고먼 길을 따라 기도하면서 생사의 고비도 많았다. 인적이 드문 숲길에서 한순간 온몸에 힘이 빠져 털썩 주저앉기 일쑤였다. 갑자기 다리가 마비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그때 뒤돌아보니 만물이 웃고 있더라. 그때 내가 떠나온 걸 실감했다”
생사의 고비를 수차례 넘겨야 했던 힘든 순례가 원만 회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극한 3명의 신장이 있다. 수줍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직접 캐내고 정성껏 다려낸 영험한 약초로 기운을 지켜준 심마니 현담 스님과 험난한 순례길에서 어긋나고 망가진 몸을 바로 잡아준 변유성 기공사,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 곁을 지켜준 이수부 거사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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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적멸보궁인 설악산 봉정암을 향하는 길목 영시암의 한 노장스님은 맨발로 뛰어나와 보광 스님의 손을 꼭 잡으며 “이 메마른 땅에 아직 수행풍토가 살아있구나!”하고 기뻐했다. 이윽고 봉정암 사리탑에 다다랐을 때, 스님은 “마냥 기쁠 줄 알았는데 사리탑 앞에 서니 내가 너무너무 작은 중생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광 스님이 지금 가장 염려하는 것은 10보 1배 기도가 한때 바람으로 잊히는 것이다.
“하염없이 길을 따라 걷고 절하고 기도하면서 참 많이 울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옛날 선승들이 먼저 걸었던 길을 따라 걷는다는 사실이 가슴에 사무쳤다. 이렇게 나를 낮추고 엎드려 기도하는 문화를 전국에 퍼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