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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마당은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만큼 좁았다. 9일 오후 4시.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통도사극락암분원 원오사 법당을 가득 메운 어린이들은 부처님 앞에서 두발 쭉 뻗고 반쯤 드러누워서, 감히 웃고 떠들고 야단법석이었다. 정관 스님은 이들 악동을 바라보며 소년과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날은 원오사에 ‘꿈나무 공부방’이 처음 문을 여는 날이다. 법당 오른편에는 오늘의 주인공인 악동 15인방, 왼쪽에는 이들을 마음으로 지켜줄 든든한 후원자들이 자리해 개원을 축하했다.
정관 스님은 “이 자리에 모인 어린이들에게 포근한 언덕이 되어 내일의 아인슈타인, 나이팅게일로 훌륭하게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반대로 아이들에게 소박하고 순수한 마음을 배워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아이들은 모두 ‘든솔학교’ 출신이다. ‘든솔학교’는 해운대구가 운영하는 청소년 문화의 집 으로 지역내 방과 후 홀로 있는 초등학교 학년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방과 후 교실이다. 하지만 이곳을 졸업해야하는 6학년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중, 정관 스님이 경내에 ‘꿈나무 공부방’을 개설하면서 이 아이들을 보살필 수 있게 된 것.
이들 15명의 악동들을 정관 스님이 귀하게 여기는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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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태안반도 출신으로 자랄 때까지 기차 한번 구경 못해본 시골아이였어요. 교육면이나 문화면에서도 견문이 짧으니 누군가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늘 목장주인을 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스님이 아이들에게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못하거나 여자어린이들은 영양사, 조리사 등을 대답하며 자신없어 했다고 한다. “서울이나 도시 아이들은 달라요. 국제변호사, 선생님, CEO 등 견문이 넓으니 꿈도 구체적인데, 이 아이들은 옛날 저를 보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고, 그래서 더 많이 보듬어주고 싶었나봅니다”
이런 스님의 원력을 따른 ‘꿈나무 장학회’의 후원자가 벌써 264명에 이른다. 후원금도 5000원부터 25만원까지 다양하다. 처음 아이들에게 손을 내민 것은 정관 스님이었지만 이제 신도들의 든든한 신심 어린 후원 덕분에 양질의 교육환경으로 더 많은 것을 줄수 있게 됐다. “한동안 잠이 안 올 정도로 넉넉지 못한 재정을 고민했어요. 결국 기도 끝에 내린 결론이 부처님과 신도님들을 믿고 사고 한번 치자는 것이었습니다. 위기의 아이들이 어렵게 찾은 희망과 즐거움을 잃게해선 안되니까요” 이제 공부방 한켠에는 후원회가 마련해준 15개의 책상과 15개의 색연필, 15개의 크레파스 등 예쁜 학용품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정관 스님이 원오사에서 주지 소임을 맡으면서 달라진 점은 바로 어린이불자들이 삼삼오오 손잡고 스스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공부방과 매주 일요일 어린이법회를 통해, 전혀 불교에 대해 몰랐던 아이들이 “스님은 왜 스님이 됐어요?” “스님은 결혼을 해요?” “스님은 머리가 왜 빛나리세요?”라고 물으며 천진하게 다가와, 어느새 스님을 좋아하고 또 절에 놀러가고 싶어했다. 물질이 아닌 진심으로 다가서는 스님의 마음이 아이들과 통했다. 이것이 정관 스님의 포교의 비결이다. 문의 (051) 542-7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