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하반기에 예정된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선거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6개월여 남은 가운데, 제33대 총무원장을 바르게 선출해 불교 발전의 전기로 삼아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간선제인 현행 총무원장 선거제도는 권력독점을 막고 종도의 참종권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1994년 종단개혁 때 도입됐다.
종단의 삼권분립과 교구자치제 등이 실현되면서 권력 독점을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과잉경쟁, 고비용 선거문화 등은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하지만 조계종 총무원장선거법은 1999년 10월 이후로는 개정되지 않았다. 비구니 승단의 종단 내외적 상황이 변화한 10여 년 동안 정체됐던 선거법을 두고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소장 법안)가 2008년 12월 조계종 스님 282명과 재가자 186명 등 4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관한 출ㆍ재가자 인식조사’(이하 인식조사) 결과는 총무원장 선거제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보여주었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의 이번 조사는 2006년 중앙종회 종헌종법 제개정 기초소위원회가 실시했던 설문조사 이후 총무원장 선거에 대한 종단 내 의견수렴으로는 유일하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총무원장의 중요자격요건 가운데 사회적 소통능력이 중요하다는 항목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86.3%에 달했고, 5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 척도로는 4.29점을 차지했다. 총무원장이 사회흐름에 맞게 젊어져야 한다는 응답도 39.2%,(3.19점)으로 비교적 높게 평가됐다.
하지만 조계종 사부대중들 다수(91.4%, 4.5점)는 선거제변경보다 부정 방지대책 강화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선거방식을 폐지하자는 의견(66%, 평균 3.31점)과 선거 제도는 불가피하다는 의견(66%, 평균 3.30점)이 팽팽히 맞섰다. 이 가운데 응답자들은 △직선제냐 추대제냐, △선거인단 축소냐 확대냐 하는 선거방식보다 금권선거와 매관매직 등 선거부정을 막아야 한다(평균 4.5점)는 규제강화에 관심을 뒀다.
선거비용 일체를 선거관리기관이 부담하는 완전선거공영제 시행 시 도입돼야 할 제도에 관해서는 △후보자 선거공보(이력 및 공약소개)(84%) △등록된 선거운동원 외 선거운동 금지(82%) △후보자 공약의 교계언론 공시(81%, 4.06점) △후보자 공개토론회 실시(81%, 4.03점) △제공된 사무소 외 선거사무소 개설 금지(78%, 3.90점)의 순이었다.
완전선거공영제를 통한 선거 통제장치로는 중앙에 청정선거신고센터 설치와 교구별 선거감시단 구성, 재야의 선거감시단 운영 등을 꼽았다.
불자들은 선거방식에 변화가 있다면 직선제 또는 원로(종정)의 권위 강화해야한다고 응답했다.
40여%의 응답자들은 직선제를 한다면 일정승랍 이상의 직선제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2006년 조사 당시 추대제와 직선제에 대한 응답률이 각각 36.7%와 35.8%였으나, 이번 조사에는 추대제가 6%대로 미미하게 나타났다.
또 ‘직선제로 하면 돈선거가 사라질 것’이라 주장에 3.32점(66%)을 줬고, ‘추대제로 하면 권력독점이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에는 3.56점(71%)을 줘 돈선거와 권력독점을 막는 대안으로 직선제를 선택했다.
이상효 사무국장(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불자들이 승가의 전통으로 직접 민주주의 방식인 ‘대중공사’를 이상이자 바람직한 현실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대제와 관련해서는 동국대 이사회의 이사장 선출을 예로 심한 정파간 대립에 시달리는 부작용이 드러났다는 점도 직선제에 무게가 실린 이유다.
직선제 실시에도 어려움이 있다.
계율 등에 의해 사부대중 각각의 구별이 확연하기 때문. 승가사회 정서상 불가능에 가까운 직선제를 대중들이 ‘선거규제 강화’라는 대안으로 드러낸 것이 이번 조사결과의 특징이다.
하지만 올해 치러질 총무원장 선거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될 지를 묻는 질문에서는 기대 수준이 상당히 낮았다. 절반에 달하는 49.4%가 이전과 똑같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비구니에 대한 참정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65.8%로 높아진 것도 직선제 도입 여부를 떠나 조계종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조계종 총무원장은 한국불교의 수장이다. 대내적으로는 조계종 종무행정을 총괄하고, 대외적으로는 조계종단을 비롯한 불교계를 대표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총무원장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될 16일 조계종 임시중앙종회에 앞서 총무원장 선거와 관련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앞서, 재야단체들도 잇달아 토론회를 마련했다.
교단자정센터(대표 김희욱)는 3월 11일 오후 4시 만해NGO교육센터에서 ‘선거완전공영제 도입을 위한 선거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12일 오후 2시에는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한국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불교의 미래를 담보할 총무원장 선거에 교계의 관심이 모아지는 때, 불자들의 불심(佛心) 가득한 중지와 이에 상응하는 종회의원 스님들의 지혜로운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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