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 6명과 경찰 1명이 생명을 잃은 용산참사 발생 49일을 맞아 희생영가를 위로하는 ‘사십구재’가 열렸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불교인권위(위원장 진관)은 3월 9일 오후 7시 참사현장인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 앞에서 49재를 열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인권위 소속 스님 10여명이 봉행한 위령제에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 300여명은 촛불을 들고 영가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인권위원장 진관 스님은 “아직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희생자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지만 영가들에게 극락왕생 길을 닦아드리기 위해 49재를 봉행하게 됐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스님은 “참사 발생 100일 날에는 천도의식을 거행할 것”이라며 “정부당국은 그 전에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반드시 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인권위원 영탄스님도 “종교와 종파를 떠나 영가들의 넋을 댈래기 위한 위령제를 열게 됐다. 누구라도 차한잔 올리며 이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법주 성원 스님과 태고종 영산재 범패이수자 스님들의 천도의식과 바라춤이 진행됐다. 유가족들은 향과 차를 올리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날 49재에서 故양회성 씨의 부인 김영덕 씨는 “장례를 치르지도 못했는데 49재를 지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와주신 스님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위령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용산 4구역을 한바퀴 도는 추모행진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남일당 건물 앞을 출발해, 故이상림 씨 생가 앞을 지나, 故양회성 씨가 생전에 장사했던 복집 앞에서 노제(路祭)를 지냈다.
노제를 마치고, 다시 남일당 건물 앞까지 행진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위패를 태우며 참가자 모두가 큰 소리로 ‘극락 왕생하소서’를 3번 외치는 것으로 이날 49재를 마무리했다.
한편, 종단 차원에서 용산참사 위령 49재 및 천도재를 치를 예정이던 조계종은 ‘장례도 치르지 못했다’는 유가족 의견을 들어 이날 재에 동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