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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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선지식들과 함께 뛴 ‘주선일미(走禪一味)’ 체험
한국불자마라톤동호회, 시즌오픈 마스터스 챌린지 동행


“마라톤 해봤어요?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2월 22일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한국불교마라톤협회(회장 정해선, 이하 한불마) 식구들이 시즌을 시작하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는 말을 듣고 함께 뛰었다. 개그 ‘달인’의 우스갯소리처럼, 군 제대 후 모처럼 뛰는 10Km는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팔다리가 마치 기름칠 벗겨진 기계처럼 삐거덕 거렸다. 함께 뛰는 도반이 있었기에 완주가 가능했던 그 날의 환희. 불심으로 뛴 ‘2009시즌오픈 마스터스 챌린지’를 현장중계한다.



#8:30 상암 축구경기장 남문 행사장 앞

아침 7시에 일어나 평상시와 같이 음료수 한잔을 마시고 상암 축구경기장으로 향했다. 10시부터 시작하는 대회 전 한불마 회장을 비롯한 식구들을 먼저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상암 축구경기장 남문에 도착하자 멀리서부터 북적거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행사 진행진에서 준비한 순두부를 먹고 있는 사람들부터,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작은 화장실 뒤로 길게 늘어 선 줄까지 5000여명이 운집, 마라톤 열기를 느끼게 했다. 인근 병원에서는 구급차 7대를 대기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다.
이러한 열기에 더해 여대생들이 중앙무대에서 쥬얼리S의 ‘데이트’ 등 최신가요를 틀어 놓고, 춤을 추며 러너들의 시선을 잡는다. 기자도 남자라, ‘잘 할 수 있을까’ 라며 잠시나마 긴장했던 마음이 섹시한 춤사위에 사라져 버렸다.
여유가 생겨 주변을 둘러보니 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주말이면 침대에서 빠져나오기 싫어하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9:15 한불마와의 조우

행사장을 서성인지 잠시, 먼저 연락했던 최동순 간사와 만났다. 그가 이끌고 간 행사장 한편에는 한불마 회원들 20여명이 몸을 풀고 있었다.
한불마는 불자 마라톤 동호회다. 총회원은 70여명으로 매주 수요일 남산에서 마라톤을 통해 친목을 다지고 있으며, 연 2회 각 사찰을 찾아 철야정진을 하는 등 신행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3월 동아국제마라톤, 4월 대구국제마라톤을 앞둔 전초전이었다.
“아이구, 기자님도 뛰시게요? 힘드실 텐데…….”
몸 풀기를 하며 정해선 회장은 우려를 표했다. 자신의 개인택시를 법당으로 개조할 정도로 독실한 불자인 김희춘 부회장은 “마라톤은 10분 뛰면 10분 묵언, 1시간 뛰면 1시간 묵언”이라며 “말이 필요 없다. 고(苦)를 인내해야 하는 점에서 참선수행과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각자 몸 풀기도 잠시, 김 부회장의 집전에 따라 한불마 식구들은 경건하게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독송한다. 잠시나마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무사완주와 건강을 기원하기 위함이랴.



#10:00 무사완주 발원하며 출발

회원들은 이날 마라톤에서 풀코스, 하프코스, 10km로 나뉘어 출발했다. 평상시 3~4명이 출전하던 풀코스는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참가하지 않고 4명이 하프, 나머지 식구들은 10km를 뛰었다.
이날 10Km코스에는 문종규 총무를 비롯해 송재상, 유정렬, 이선주 씨가 함께 뛰었다. 10km 출발선 앞에서 사회자는 첫째도 둘째도 안전을 강조했다. 10km구간은 상암 축구경기장에서 출발해 성산 평화공원을 거쳐 한강변을 달리고,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짧은 코스지만 부상자는 제일 많이 발생한다. 기자처럼 초심자들이 무턱대고 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탕’하는 화약총 소리에 산수들은 일제히 뛰쳐나갔다.
처음 출전하는 마라톤이라 도로의 감각과 시간개념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자유공원을 지나 한강을 구경하며 뛰는 여유로움도 잠시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옆에서 문종규 총무의 “처음에는 천천히 뛰는 것이 좋다” 말에 느리게 뛰었건만, 오른쪽 발이 저려온다. 땀은 비 오듯 내리고, 추울까 입었던 옷가지도 체면이고 뭐고 제멋대로 풀어헤쳤다. 아침을 굶는 버릇이 절로 후회가 됐다.



#고비, 하지만 도반이 있기에 해냈다

3Km 표지판을 보자 다리에 힘이 탁 풀린다. ‘이렇게 힘든데 남은 7Km를 어떻게 더뛰나’ 는 생각이 든다. 포기할까도 생각했던 순간, 함께 뛰는 도반들은 큰 힘이 됐다.
이선주 씨는 옆에서 ‘빠르게 뛰었다, 느리게 뛰었다 하지 말고 속도를 맞추라’고 조언했다. 함께 뛰는 그룹에서 일상생활의 얘기도 드문드문 하며 뛰니 몸에 느끼는 고통이 순간 사라졌다. 5Km지점에 이르자 급수대가 보였다. 관세음보살의 감로수처럼 게토레이 한잔이 너무나 달았다.
급수대를 지나자 말을 할 수가 없다. 말 그대로 ‘묵언’이다. 앞서 뛰는 한불마 일행 조끼의 ‘주선일미’(走禪一味)만 눈에 들어온다.
체험 기사를 쓴다는 초발심도 느슨해져가고, ‘조금만 걷자’는 마구니들이 마음속에서 나타났다. 결국 마구니들에게 넘어가고야 말았다. 힘이 빠져 터덜터덜 걷자 저 앞에서 문종규 총무가 다시 뛰어와 “조금만 더가면 된다”며 기자를 다시 마구니들 틈에서 구조했다. 왜 수행과정에서 함께 하는 도반과 이끌어 주는 선지식이 중요한 지 체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서다가 걷다가 문 총무의 이끄는 힘에 달리기를 수차례. 9Km 지점에 이르자 머릿속은 하얗게 비었다. 기사고 뭐고 없었다. 뛰고 있는 건지, 다리가 아픈 건지도 모를정도 였다.
1시간 15분대로 완주를 하자, 응원 나온 한불마 회원들이 정겹게 맞이해 줬다. 다시 천막으로 돌아와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과 머릿고기의 맛은 극락이 따로 없음을 느끼게 했다.
이 날 대회에서 한재경 씨(53, 중앙신도회 이사)는 1시간 35분으로 하프마라톤을 완주했다. 보통 풀코스를 3시간 28분대로 뛰는 그는 매일 일산 호수공원에서 달리기로 건강을 유지한다고 했다.
다음에는 하프마라톤에 도전해봐야겠다. 한불마 (www.daum.net/hsjung1959).
사진=박재완 기자, 글=노덕현 기자 | Dhavala@buddhapia.com
2009-03-04 오후 2: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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