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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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법당의 제복 입은 멋쟁이 주지스님들"
<불국토를 찾아서> 부산개인택시 법륜회


2008년 태백 정암사 성지순례 당시


부산시민이라면 껌 통과 모금함이 설치된 택시를 만날 때가 있다. 모인 돈을 도대체 어디에 쓰는지도 모르는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껌을 판다고 눈을 흘겼다면 지금 이 글에 주목하자. 그들이 바로 길 위의 달리는 법당, 개인택시를 모는 불자들의 모임 법륜회다.

정식 명칭 부산개인택시법륜회(회장 김덕천)는 1999년 2월 창립해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창립 당시 270여 명의 회원으로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불심이 돈독한 회원들이 모여 활발한 신행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하지만 법륜회를 그저 개인택시사업자 중 불자들의 단순한 신행모임이라고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정기법회와 성지순례 뿐 아니라 봉사 및 복지사업을 행하기 위해 창립한 후 지난 10년간 법륜회의 이름으로 우리 사회의 낮은 곳,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어두운 면을 환하게 밝혀왔다. 매년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을 위한 학자금 마련 및 즐거운 놀이공원 하루나들이, 정기총회 때는 지역 어르신에게 점심공양과 함께 경로잔치를 마련한다. 또 지난해 겨울 사랑의 연탄배달의 성과가 좋아 올해부터 정례화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마산 국립결핵병원 등 장기간 투병생활을 하는 환우들을 찾아가 생필품을 후원하고 보살펴주는 등 다양한 사회복지사업을 벌여왔다.

지난 10년 세월을 돌아보면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2006년 즈음, 시 조례가 정한 개인택시 비번일이 주2회에서 3회로 하루 늘어나자, 가뜩이나 넉넉잖은 수입에 1년 중 한달 가까이를 꼼짝없이 쉬게 된 것. 김덕천 회장은 “원래 3일 일하고 하루 쉬고 매주 일, 목요일에 쉬다가, 법이 바뀌면서 월요일까지 쉬게 되니 이틀 일하고 하루 꼴로 쉬게 되었다”며 “법륜회원 모두 개인택시사업자다보니 형편이 어려워져서 그런지 이때 회원수가 확 줄어들어, 난관을 수습하고 신규회원을 영입해 간신히 극복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아 오는 3월 12일 홍법사에서 10주년 기념법회를 열 예정이다. 김덕천 회장은 “벌써 10년이라고 하니 거짓말 같아 돌이켜보면 낙동강이 범람해 수몰됐을 당시, 또 태풍이 휩쓸고 간 재해 지역 등 우리 회원들의 발자취가 곳곳에 남아있으니 10년을 나름대로 알차게 잘 지낸 것 같아 회원들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요즘 법륜회는 복지기금 마련이 예전같이 않아 고민에 빠졌다. “워낙 전 세계 경제가 어렵다보니 택시 안에 비치된 모금함이 텅 비어, 매년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금전달을 격년으로 바꿔야할 지도 모른다”며 우려했다. 하지만 법륜회의 불심만큼은 더 깊고, 단단해졌다. “택시기사를 천직으로 삼아 가정과 사업, 그리고 신행 활동 등 모든 면에서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사명으로 삼고, 보시를 실천하는 참된 불자가 되겠다”는 이들이야말로 세상 모든 길을 불국토로 만드는 ‘달리는 법당’의 제복을 차려 입은 멋쟁이 주지스님들이다. 문의 (051) 503-1205
박지원 기자 | hdbp@hanmail.net
2009-03-03 오후 5: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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