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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맞은 만해백일장 1655명 역대 최대 인원 참가


올해로 30회를 맞이한 만해백일장에는 역대최대 인원인 1700여명의 학생 일반이 모여 글 쓰기 솜씨를 뽐냈다.


사단법인 대한불교청년회(회장 정웅정)가 3월 1일 90주년 3ㆍ1절을 기념해 동국대학교 중강당에서 ‘제30회 만해백일장’을 개최했다.

이번 만해백일장은 이번 백일장은 ‘밥’ ‘길’ ‘용돈’ ‘예감’ ‘잊지 못할 사람’ 등을 시제로 시ㆍ시조부문과 산문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역대 최대인원인 1655명의 청소년, 일반인들이 글 솜씨를 발휘한 가운데 시ㆍ시조 부분에서 ‘법주사로 가는 길’을 쓴 유보리(충남여고 3)학생과 산문 부분에서 ‘밥 한 숟갈의 세상’을 쓴 전소연(산마을고 2)학생의’이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조계종 교육원장 청화 스님이 시 시조부문 대상을 수상한 유보리 학생에게 상장과 꽃다발을 수여하고 있다.


정희성 심사위원장은 심사평에서 “문학은 낡은 세계와 사물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라며 “관념적, 관습적, 상투적인 표현에서 벗어나 개성적, 독창적, 구체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좋은 글쓰기의 기본”이라며 심사의 핵심기준을 설명했다.
행사에 앞서 정웅정 회장은 기념사에서 “3ㆍ1운동은 외부적으로는 전 민족적 항일 독립운동이었지만 민족 내부적으로는 자유, 민주, 평등의 민주공화국을 열망했던 민족의 간절한 외침이었다”며 “만해백일장을 통해 3ㆍ1운동의 정신을 올바로 계승하여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고 민족의 평화적 통일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만해백일장 정희성 심사위원장이 산문 부분 대상을 수상한 전소연 학생에게 상장과 꽃다발을 수여하고 있다.


올해로 30회를 맞이한 만해백일장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만해대상)과 상금 100만원이 수여하고, 우수상 이상 수상을 하면 대학입학 시 특기자 전형에서 특별가산점 요인이 되는 등 입시에 유리하게 작용해 매년 참가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제30회 만해백일장을 마치고 심사위원들과 수상자들이 동국대 만해시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아래는 제30회 만해백일장 대상작품들.



법주사로 가는 길

충남여고 3학년 유보리


속리산에 가보기 전에는
속세를 떠난다는 속리산(俗離山)의 의미 생각하지 못했네.

매표소 훨씬 못 미쳐
낯익은 소나무 한 그루 반갑게 맞이하는데

저게 천연기념물 제103호 정이품 소나무라지
먼 옛날 세조가 이 길을 지날 때 가지를 번쩍 들어 올려 벼슬을 받았다는

그러나 이제는 너무 늙어
서슬 푸른 정이품송의 기세 엿볼 수 없네.

쇠막대기에 의지해 꾸부정하게 서 있는 폼이
천상 아까 마을 입구에서 만났던

촌로의 모습 한가지네
오호, 무심코 지나치려다

우두커니 서서 찬찬히 뜯어보니
깊은 주름 구부러진 가지 하나하나

정이품 늙은 정승의 위엄 아직 살아있네
부디 그 위엄 잃지 마시길

정이품 소나무 지나

천년고찰 법주사 가는 소나무 숲길
떡갈나무 참나무 시원한 바람소리와 어울려

한 걸음 한 걸음 발길을 옮기면
갓 물들기 시작한 울긋불긋한 단풍잎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며
속세에서 묻혀온 때 뚝뚝 떨 구네

때마침 어디선가 날아온 새 한 마리
속리 속리 하고 지저귀는데

미처 떠나보내지 못한 인연 때문인가
훌훌 떠나고 싶을 때 다시 찾고 싶은 이 길





밥 한 숟갈의 세상
산마을고교 2학년 전소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이 먹음직스러운가요?
그저 그뿐이라면 제 얘기를 들어 보세요.
가슴을 찌릿하게 하고 머릿속에 폭죽을 팡팡 터트렸던 그 날의 이야기를...

기숙사 학교인 우리 학교에는 기숙사와 학교를 잇는 5분 거리의 조그만 흙길이 있어요.
이 흙길 사이에는 몇 평 안 되는 논이 있어요. 이 논에서는 전교생이 60명뿐인 우리 학교
학생들이 풍족하게 먹을 쌀들을 길러내요.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가 입학 초였는데 그냥
‘아! 그렇구나!’ 할 뿐이었어요.
별다른 느낌이라곤 없었는 데다가, 공휴일에 다 같이 모여 모내기를 하고 그 모가 자라
벼 베기를 한 날에는 잔뜩 찌푸려진 미간이 펴지지를 않더라구요. 그러던 어느 날, 글쓰기 시간에 -벼와 나-에 대한 주제로 글을 쓰게 되었어요. 턱을 괴고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흙길을 지나가면서 보아왔던 논의 모습이었어요.
봄에 보았던 초록의 모들부터, 여름의 몰라보게 자란 불뚝 솟은 모들, 그리고 이제 제법
모습을 갖춘 노랗게 익어갈 찰나의 가을 초의 벼와 결국에는 숙연히 고개 숙인 벼들.
그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논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식당에서 아무생각 없이 떴던 내 밥숟가락들이 부끄러워졌어요.
무심코 지나치기에는 일 년 동안 지켜봐왔던 벼들의 세상은 너무 크고 아름다웠어요. 그저 세상은 내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기에는 밥을 비롯한 중심이 될 수많은 가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나는 벼들이 만들어준 큰 순환 고리들 중작은 고리 하나에요.
그렇다고 내가 쓸모없다는 건 아니에요. 내가 없으면 그 고리는 끊어지기 마련이에요.
나는 ‘작지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에요. 이것은 어느 누구나 다 마찬가지에요. 지폐에 그려질 위인이던 혁명을 이끈 혁명가이던 단칸방에 사는 불쌍한 아줌마 던 간에 말이에요.
우리가 만든 사회 그 안에서 이루어진 계급은 벼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벼는 곧 쌀이고 쌀은 곧 밥이니 우리가 먹는 쌀밥 한 숟갈에는 자연이라는 엄청난 세상
하나가 통째로 담겨 있어요. 아,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더라구요.
그리고 뭔가 기뻤어요. 대단한걸 알아냈다는 만족감이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가슴이 찌릿하고 머릿속에 폭죽이 팡팡 터지는 것 같았어요. 우리가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밥이 우리를 먹여주는 거예요. 그리고 우린 아주 큰 세상의 일부에 불과하답니다. 이 사실은 여태껏 내가 얻은 신념 중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할거예요.
그날 기숙사로 돌아오면서 깡퉁하게 잘린 벼들을 보고 처음으로 고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기숙사에서 -벼와 나-에 대해 쓰지 못했던 글을 쭉쭉 써 내려 갈수 있었어요.
이 날 있었던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하지만 내 생각에는 아주 특별한 변화가 있었어요.
여러분도 이 글을 보고 변할 거라 믿어요. 자, 이제 밥 한 숟갈의 세상이 보이나요?
이상언 기자 | un82@buddhapia.com
2009-03-03 오후 4:49:00
 
한마디
ktf , '
(2009-03-06 오전 7: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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